울산 북구 호계동 동일빌라 주민들이 4m의 높이의 담장을 1m로 낮추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 북구청 제공
“믿고 사는 마을 만들자”
빌라에 사는 주민들이 믿고 사는 정든 마을을 만들자며 담장을 허물었다. 울산 북구 호계동 936-196 동일빌라에 사는 16가구 주민들은 추석 직전 4m 높이의 주변 담장을 허물고, 대신 1m 높이의 담장 위에 안이 들여다 보이는 나무 칸막이를 설치했다.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은 “담장을 허물고 나니 동네 전체가 환해지고 정겨운 느낌마저 든다”며 환영을 표했다. 애초 빌라 주민들은 행인들의 안전을 위해 골목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서쪽 담장만 허물기로 했다가, 반장 민중기(51)씨가 주민회의에서 “기왕이면 빌라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담장을 모두 허물어 낮추자”고 제안해 전체 담장을 낮추게 됐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왜 멀쩡한 담장까지 손을 대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나, 개인택시를 모는 반장 민씨가 40㎏들이 시멘트를 직접 사고 틈틈히 쉬는 시간을 이용해 혼자 서쪽 담장 수리에 나서자 나머지 담장 공사를 함께 거들게 됐다. 민씨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먼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고 말했다. 같은 빌라 주민 임순자(36)씨도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며 담장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며 “빌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일하니 주변경관도 깨끗해지고 주민들끼리 서로 맏고 사랑하는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20일 저녁 빌라 마당에서 삼겹살과 소주 등 음식과 함께 그동안 얽힌 얘기를 나누며 이웃 사이의 정을 돈독히 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