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1위…기사 1760건 중 280건
표류·일본·곡물 관련도 수십건
표류·일본·곡물 관련도 수십건
조선 초기 최고 권력자(좌정승 조준, 우정승 김사형, 판삼사사 정도전)들이 타고 다닌 말은 제주도에서 육성한 말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1395년 제주왕자 문충보가 7필의 말을 바치자, 이 가운데 3필을 이들에게 나눠줬다. 그 전해인 태조 3년(1394년)에는 제주인 고봉례 일행이 말 100필을 바쳤다. 조선시대 내내 제주 사람보다 귀한 것이 말이었고, 목숨을 바쳐가며 기른 말은 조선 정부에 진상됐다.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19일 누리집에 탑재한 <조선왕조실록>의 제주 관련 기사 1760건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공마, 세공마, 마정, 감목관, 목장 등 말 관련 기사로 280건에 이르렀다.
이밖에 자연재해가 많았고, 척박해 곡식이 자라지 못했던 구휼 관련 기사도 107건이나 돼 그 뒤를 이었다. 다른 지방으로 가다가 악천후를 만나 외국으로 표류하거나, 외국에서 표류해온 표류 관련 기사도 73건이 나왔다. 유배와 왜선의 제주도 침탈 등 일본 관련, 곡물 등의 기사도 40~70여건씩 등장했다.
1901년 세금 징수 관리의 비리와 일부 천주교도의 가혹행위가 원인이 돼 일어난 이른바 ‘이재수 난’과 관련해 고종은 “끝까지 설득해 모두 안도하게 하며 (중략)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억울하게 걸리는 걱정이 없게 함으로써 널리 용서해 나라의 은혜를 보이라”고 신하들에게 지시한 내용도 눈에 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시대 제주에서 일어난 이러한 다양한 사건과 그 처리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제주 관련 기사가 왕조별로 많은 순서로는 영조 259건, 세종 249건, 중종 146건, 숙종 120건, 정조 120건, 성종 97건, 태종 97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향토사 연구와 일반인들의 제주역사 알기를 위한 기본 자료로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제주 관련 기사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조선왕조실록>의 제주 관련 자료는 역사를 이해하는 기록물로서만이 아니라, 제주의 정체성을 찾아 제주 전통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승보전을 위한 귀중한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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