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 신자, 22곳에 한자로 기도문 적어
24시간 경비 서는 팔만대장경은 다행히 무사
24시간 경비 서는 팔만대장경은 다행히 무사
특정 종교 신자가 ‘중생을 구제하겠다’며 합천군 해인사 건물 22곳에 낙서를 해 해인사 쪽이 고민에 빠졌다. 원상복구를 하다 잘못하면 벽면의 불화가 오히려 더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경찰서는 25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 건물 벽면 곳곳에 낙서(사진)를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김아무개(48·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후 2시35분께 경남도유형문화재 256호 대적광전 등 해인사 전각 22곳에 검은색 사인펜으로 낙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전각 벽면에 적은 것은 특정 종교 기도문으로, 한자 21자로 이뤄져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20일 오후 2시께 해인사를 혼자 찾아와 법당에서 절을 하는 등 경내를 구석구석 다니며 낙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에도 갔으나 경비 때문에 낙서를 하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만 보고 발길을 옮겼다. 김씨는 해인사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인 정수당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7시20분께 해인사를 떠났다.
해인사 쪽은 김씨가 낙서를 하고 이틀 뒤인 지난 22일 낙서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악령을 물리쳐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기도문을 적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확인 결과, 대문과 방안 등 김씨의 집 곳곳에도 같은 글귀를 적혀 있었다. 경찰은 26일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해인사 홍보국 관계자는 “예전에도 낙서가 발견된 일이 있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게 낙서를 한 일은 처음이다. 장경판전에는 24시간 경비인력 4명이 지키고, 경내 나머지 지역은 정기적으로 순찰을 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낙서를 지워 훼손된 벽면을 원상복구해야 하는데, 낙서를 지우다 벽면의 그림까지 지워질까봐 걱정이다. 문화재청, 경남도, 합천군 등과 협의해 낙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합천/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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