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국회 국정조사를 거부하며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던 권한쟁의심판을 취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남도는 25일 <한겨레>가 경남도의 권한쟁의심판 취하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에 나서자 “헌법재판소에 지난 7일 권한쟁의심판 취하서를 냈다. 관련된 후속절차를 마무리한 뒤 발표하려고 했을 뿐 취하 사실을 숨기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남도는 이날 오후 긴급히 보도자료를 내어 “진주의료원 휴·폐업에 대한 적법성 시비가 마무리됐고, 재산은 이미 경남도로 귀속됐으며, 의료원 건물 용도도 공공청사로 변경돼 사법적·행정적 절차가 모두 완료됐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은 실익이 없다.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취하를 결정했다”고 권한쟁의심판 취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6월12일부터 7월13일까지 여야 합의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를 벌였고, 9월30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가결했다. 국회는 결과보고서를 통해 경남도에 ‘진주의료원 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1개월 안에 재개원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국회 국정조사에 대해 ‘경남도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에 대한 업무수행 권한을 침해당했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지난해 6월20일 국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를 근거로 경남도는 국정조사를 거부했으며,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도 무시한 채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다.
당시 경남도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의 법률적 권한 여부는 경남도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도 스스로 권한쟁의심판을 취하함에 따라, 헌법재판소 결정과 상관없이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법률적 권한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미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절차를 마무리하고, 진주의료원 시설에 경남도청 서부청사와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을 유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국회 국정조사를 거부했고 결과보고서도 무시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권한쟁의심판을 취하하는 것은 법조인 출신으로서 법망을 피해가며 법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명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경남대책본부’ 대표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홍 지사가 꼼수를 부렸다는 사실을 경남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이행과 책임자 처벌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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