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소방본부 소방관들이 17일 밤 주변을 통제한 채 손전등으로 판교 테크노밸리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판교 환풍구 사고 관련 이데일리·채널A ‘명예훼손’ 고소
2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당시 경기도 및 언론사 등과 책임공방을 벌이다 궁지에 몰렸던 성남시가,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자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사고 현장이 관할 행정구역이라는 이유로 시는 물론 시장까지 언론에 뭇매를 맞은데 따른 ‘분풀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시는 “언론의 책임 있는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을 삼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하고 있어 고소·고발 수사 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성남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8일 인터넷언론사 <이데일리>의 김형철 대표이사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1일 밝혔다. 시는 “<이데일리>는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에 대한 자체 광고(사고·社告)에서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성남시가 주최하고 당사가 주관했다’, ‘성남시 명의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성남시와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다’라고 허위 발표했다”고 고소이유를 밝혔다.
시는 이어 “김 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떤 기관이나 유관단체의 경우 이게 잘 될 것 같은 경우에는 적극 협력하다가 잘못되는 경우엔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면서 ‘성남시가 행사 주최자로 참여하기로 했다가 사고가 발생하자 부인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는 그동안 공동 주최에 합의한 바 없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올해 6월 작성된 ‘시장님 개별 지시사항 처리결과 보고’라는 공문서에 해당 축제의 공동 주최에 대해 ‘불가’라고 적시돼 있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또 <이데일리> 쪽이 사고에서 처음에는 성남시 공동주최가 아니라고 표시했다가 갑자기 공동주최로 변경 공고한 내용 등도 증거로 제시했다.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허위사실 유포로 성남시와 이재명 시장의 안전 책임에 관한 신뢰가 추락하고 성남시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생겨나 불가피하게 형사 고소하게 됐다. 손해배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시장과 성남시는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 시장과 성남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모두 1억3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같은 달 6일 <채널A>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제작책임자, 새누리당 차명진 전 국회의원 등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는데, 이 시장과 성남시는 “<채널A>가 지난달 20일 환풍구 추락사고를 주제로 대담 형식의 뉴스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재명 성남시장이)판교테크노밸리 축제에서 마이크를 잡게 해달라며 그 조건으로 성남시가 500만원을 후원했다. 종북 논란에 있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수의계약, 채용 등의 도움을 주는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 자기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등과 같은 거짓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이번 고소·고발은 비록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 식’으로 시와 시장, 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는지 일깨워 줄 것이다. 책임 있는 말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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