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77주년 기념…사회단체 주최
“일본, 난징폭격때 교두보로 이용”
공통의 비극역사 깨닫는 계기로
“일본, 난징폭격때 교두보로 이용”
공통의 비극역사 깨닫는 계기로
중국의 난징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난징대학살 제77주년 추모식’이 13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대정읍 옛 알뜨르비행장 일대에서 ‘알뜨르에서 난징을 보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강정마을 활동가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든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평화의 섬 연대 한국위원회, 강정평화학교가 마련한 이번 추모식은 김수열 시인의 ‘절망의 끝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라는 추모시 낭독과 가수 최상돈의 추모공연, 추모제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오후 3시부터는 대정농협 3층 세미나실에서 조성윤 제주대 교수의 ‘알뜨르의 역사 속 난징’,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의 ‘난징학살과 일본 군국주의’, 에밀리 왕(국제평화활동가)의 ‘강정에서 바라보는 난징’, 박찬식 박사(사학자)의 ‘제주의 역사 속 평화의 가치’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난징을 점령한 뒤 중국인 30만여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처음 법정 국가기념일(13일)로 지정하고, 각종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와 난징대학살은 관계가 깊다. 일본 해군 비행기들은 일본군의 난징 점령 직전인 같은 해 8월 나가사키현 오무라 항공기지에서 출격해 중국의 난징과 상하이를 폭격하고, 제주도에 귀착하거나 제주도를 거쳐 중국 대륙을 폭격했다.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의 자료에는, 일본군이 같은 해 11월 상하이 부근을 점령해 비행장을 확보할 때까지 제주에서 난징을 공습한 횟수가 36회, 폭탄 투하량은 300t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중국 장쑤성 난징대학살기념관에도 일본군의 공습 장면이 담긴 당시 신문자료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일본은 1931년 3월부터 제주 알뜨르에 60만㎡ 규모의 제주도 항공기지(일명 오무라비행장) 건설에 들어가 5년여 공사 끝에 기지를 완공했다. 비행장 공사가 끝난 시점은 일본이 1937년 7월7일 루거우차오사건을 계기로 일으킨 전면적인 중일전쟁을 개시했던 때였다. 제주도는 일제의 난징 점령의 교두보였던 셈이다. 주최 쪽은 “제주에서의 추모식을 통해 제주가 일본군의 난징 폭격에 이용됐던 섬이었고, 제주가 난징과 과거, 현재, 미래까지 모두 관련돼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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