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든 ‘사직동 아리랑’, ‘사직동 타령’ 등을 선보인 사직동 토박이 할머니들과 놀이마당 울림의 민요 교사들. 놀이마당 울림 제공
[사람과 풍경] 청주 사직동의 소통 프로젝트
함께 민요 배우던 토박이 12명
직접 가사 붙이고 만든 곡 선봬
함께 민요 배우던 토박이 12명
직접 가사 붙이고 만든 곡 선봬
“시집올 때 고왔는데 거울을 보니 옛날에 친정엄마 거울 안에 있네. 사직동 능수버들 축 늘어져 있고요. 무심천 벚꽃은 만발을 했네~.”
11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사직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공감과 소통 프로젝트 우리 동네는 함께 하기 곰곰’ 발표회에서 선보인 ‘사직동 타령’의 일부다. 타령이 시작되자 주민센터를 가득 메운 100여명의 노인 이웃들은 어우러져 춤까지 추며 즐거워했다.
‘사직동 타령’은 청주의 옛 도심인 사직동 지역에서 평생을 산 할머니들이 마을과 자신들의 삶을 버무린 노래다. 지난 5월부터 놀이마당 울림, 흥덕문화의집 등을 통해 민요를 익혀온 70~80대 사직동 토박이 할머니 12명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 끝에 제주 민요 ‘너영나영’ 가락에 스스로 노랫말을 붙였다.
김병혜(80) 할머니는 “58년을 사직동에서 살았는데 우리 마을이 너무 좋아 노래로 만들었다. 한 마을에서 살다 보니 생활도, 애환도 비슷해 모두가 공감하는 노래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할머니들은 ‘사직동 베틀가’와 ‘사직동 풍년가’도 선보였다. “달도 밝고 조용한데 정든 임 또다시 생각이 나누나. 봄 가을에 누에쳐서 우리집 자식들 시집 장가 보냈네”라는 ‘사직동 베틀가’는 일을 할 때 주로 부른다. “풍년이 왔네 청주 사직동 민요 풍년 왔네~”라는 ‘사직동 풍년가’는 흥을 돋울 때 함께 부르곤 한다. 평생 삶의 터전이 된 사직동의 풍경을 노래한 ‘사직동 아리랑’도 재미있다. “뽕나무 많이 길어 누에도 치고 벚꽃도 많이 피어 사직동 최고”로 맺는 ‘사직동 아리랑’은 마을 주제가가 됐다.
조용주 놀이마당 울림 기획팀장은 “할머니들이 스스로 만든 노래여서 그런지 다들 애착과 자부가 대단하다. 홀로 길을 가거나, 두서너 명만 모여도 흥얼흥얼 노래를 한다”고 귀띔했다.
강석윤(78) 할머니는 “민요를 통해 사직동과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모두 공감해 감동을 받았다. 많은 이들과 우리가 만든 사직동 노래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놀이마당 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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