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내년 예산안에 ‘노사민정 국제교류 사업비’ 4000만원을 편성했다.
대구시는 “이 돈으로 사쪽인 경영자연합회와 노쪽인 한국노총 간부 등 10여명이 유럽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2012년부터 3년째 같은 액수의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노사 대표가 모여 외국 한번 다녀왔다고 해서 노사협력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효과가 있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없지만, 이 항목 예산은 경북과 부산·울산 등에서도 모두 편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15일 “예산을 편성하는 공무원들의 유형을 분석했더니, 이처럼 예산 투입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지도 않고 남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단순형’이 가장 많았다. 사회복지사 교육비 지원금 8000만원, 택시서비스 향상 지원금 1억6500만원 등 예산도 이 유형에 속한다”고 밝혔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분류한 두번째 공무원 유형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회피형’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필요하다고 말해도 예산편성을 거부한 채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예산 반영이 안됐다”거나 “잘 몰랐다”며 책임을 피하거나 떠넘긴다. 대구시는 올해 3000만원을 들여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실태조사’를 한 뒤 “복지사들의 처우가 열악해 지원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정작 내년 예산엔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세번째 유형인 ‘복지부동형’ 공무원은 새로운 사업을 절대 하지 않고 오로지 예전부터 하던 것만 한다. 꼭 필요한 사업이니까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상부 지침이 없다며 거절하기 일쑤다. 이 유형은 공무원 내부에서 무능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네번째 유형인 ‘과시형’은 가장 위험한 부류에 속한다. “내가 예산을 편성해줬는데, 너는 왜 가만히 있느냐”며 은근히 반대급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과시형은 자칫하면 부패로 이어져 패가망신할 수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민간단체에 주는 예산은 지금까지 공무원 개인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효과를 철저히 분석한 뒤 지원 여부와 액수를 결정해야 한다. 객관적 평가 방안을 마련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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