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팔달산 토막 주검 사건 피의자 박춘봉(55·중국 국적)씨가 사건 당일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반지하방을 별도로 계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가 주검 훼손 등 증거인멸을 위해 이처럼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2시께 피해자인 동거녀 김아무개(48·중국동포)씨와 만나 수원 매교동 주거지로 함께 들어가는 모습을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당일 오후 4시께 박씨가 혼자 집에서 나온 모습이 찍혔고, 같은 날 오후 6시께 박씨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급히 다른 원룸을 계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이미 지난달 10일 자신의 방 계약이 끝난는데도, 이사를 미뤄오다 범행 직후 원룸을 계약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박씨가 새로 계약한 원룸은 전 주거지인 매교동에서 약 25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박씨의 전 주거지인 매교동 집의 벽지와 장판을 뜯어보니 미세한 양의 살점과 혈흔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혈흔이 김씨의 것인지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박씨가 새 집 계약 이후 휴대전화를 해지(12월1일)한 점이나 당일 급히 계약한 점으로 미뤄 증거인멸을 위한 장소를 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지난 4일 오후 1시3분께 최초 발견된 팔달산 토막 주검은 전날인 3일 오전 2시께 내다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 영상분석 결과, 박씨가 집에서 나와 검은색 비닐봉지를 한 손에 들고 팔달산에 올라가는 장면이 찍혔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박씨가 수원천과 수원 근교 야산에 훼손한 주검 일부를 버리거나 파묻은 사실도 확인했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동해 유기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이 밖에 경찰은 아직 수습하지 못한 김씨의 한쪽 팔과 다리 등 주검을 수색하고 있으며, 오는 19일 검찰 송치를 앞두고 박씨의 범행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박씨의 중국 내에서의 전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폴에 협조를 의뢰한 상태다. 박씨는 2008년 12월 여권을 위조해 국내에 입국한 불법체류자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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