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를 이유로 다른 지역 출신 고교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던 경기도 하남시의회(<한겨레> 12월18일치 12면)가 삭감 예산 가운데 절반을 뒤늦게 살렸다. 비판 여론에 밀려 예산결산위원회의 예산 조정안에서 한 발짝 후퇴한 것이지만, ‘황당 급식’과 ‘기형 급식’이란 비판은 여전하다.
22일 하남시와 시의회의 말을 종합하면, 시의회는 지난 16일 열린 예결위에서 “지하철 5호선 하남시 연장사업으로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만큼, ‘관외 거주 학생’에게는 급식비 지원을 전액 중단하고, 관내 거주 학생 급식비는 50%만 지원하라”며 고교 무상급식비 예산안 32억원 가운데 19억원을 깎았다.
이런 결정으로 ‘지역 차별’과 ‘밥상 차별’ 등의 논란과 반발이 이어지자, 시의회는 지난 19일 본회의를 열어 예결위에서 삭감했던 무상급식 관련 예산 19억원 가운데 9억6천만원을 살려 내년도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22억6천만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하남지역 전체 고교생 4743명 가운데 하남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급식비를 전액 지원받게 되나, 17.5%(832명)를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도 광주, 양평 등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둔 고교생은 50%의 급식비만 지원받게 됐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하남시에서 2013년 시작된 고교 무상급식도 2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하남시의회 누리집과 페이스북 등에는 ‘큰 교육 외면하고 지역 차별하는 하남시의회’, ‘아이들 먹는 것을 빼앗아 먹고 배부르세요?’ ‘치사하게 밥으로 장난질하지 맙시다’ 는 등 시의회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하남시의회(의장 김승용)는 새누리당 5명, 새정치민주연합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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