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한때 정무부지사 해임 거론
구성지 의장, 원희룡 지사 만나
협상벌였으나 진전 보지 못해
주민연대 “협치형 제도로 심의를”
구성지 의장, 원희룡 지사 만나
협상벌였으나 진전 보지 못해
주민연대 “협치형 제도로 심의를”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29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제325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었으나 곧바로 정회하고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어 예산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고 상임위원회별로 재검토 작업을 벌였다. 재검토를 통해 삭감한 예산은 의회에서 증액하거나 신규 비용항목으로 편성하는 대신 예비비 등으로 전환했다. 이날 전체 의원 간담회는 한때 박정하 정무부지사 해임 결의와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의 의회 출입 금지령 등의 발언이 나왔다가 거둬들였을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구성지 의장은 본회의에 앞서 원희룡 지사를 만나 예산안을 논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구 의장은 “최종적으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도지사에게 전화해서 자존심을 버리고 찾아갔지만 종전 입장만 되풀이하며 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 편성과 심사 과정에서 도와 도의회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도는 여러 차례 의회의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회를 압박해왔고, 도의회는 거친 언사로 도정을 자극했다.
원 지사는 줄곧 “원칙성과 투명성, 개혁성을 예산 편성의 잣대로 삼겠다”고 강조하면서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했다. 도의회도 마찬가지다. 구 의장은 “올해를 예산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는 예산의 원칙성, 투명성 등을 내세워 도의회의 예산안 심사를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도의원들을 자극했다. 지난 26일에는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개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다가 도의원들로부터 “언론플레이로 의회를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과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8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계수조정 과정을 거쳐 244개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고 969건의 사업을 늘리자, 도는 곧바로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이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행부가 요청해온 원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 부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리 도의회의 반응을 예상한 듯 현황판까지 들고나왔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위원장은 “예산 편성권을 독점한 도나 심의권을 독점한 도의회가 자신들의 권력을 갖고 난투극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도가 원칙을 주장하는데 힘없는 부서나 행정시, 읍·면에서 도의회를 통해 증액된 예산들도 있다. 도의회도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치형 예산제도를 만들어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예산안 편성과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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