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삭감액 중 법령위배 다수
“그냥 넘어가면 연말 감사원 감사”
공무원 노조, 도·의회에 추경 촉구
“그냥 넘어가면 연말 감사원 감사”
공무원 노조, 도·의회에 추경 촉구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예산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주도가 당분간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공무원 노동조합은 예산갈등을 접고 추경예산 논의를 곧바로 시행할 것을 도와 도의회에 촉구했다.
박정하 정무부지사는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를 예산 개혁 원년으로 삼겠다.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제주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이 우려되지만, 도는 최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해 서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부지사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실천해 나가겠다”며 내놓은 방침은 △경비절감 등 예산절감 추진 △재정의 효율적 집행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확대 등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도가 ‘예산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던 내용과 차이가 없다. 일각에선 박 부지사의 발표가 지난해 예산 편성과 심의 과정에서 줄곧 언급해왔던 내용이어서 “굳이 기자회견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부지사는 또 지난 4일 “도의회 예산 삭감액 가운데 법령 위배 건수를 다수 확인해 재의 요구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잘못된 예산에 대해 그냥 넘어가면 연말에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된다. 문제를 삼으려고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부지사는 이날 도의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듯 “오늘 회견은 의회와 싸우자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몸을 낮췄다.
박 부지사는 “추경 편성을 언제 시작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은 추경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는 앞서 기자회견을 한 제주도공무원 노조의 조속한 추경예산 편성 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공무원 노조는 이날 도의회의 예산심의 결과를 비판하면서도 “도와 도의회는 위상에 걸맞게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도민들을 위한 도정 및 의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하고 “민생경제를 위한 올해 추경예산 편성 논의를 곧바로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도가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당분간 도의와 예산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여 도와 도의회 간의 예산갈등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한편, 제주지역 20개 농축산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고문삼)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말 삭감된 2015년도 제주도 예산안 가운데 농업분야 예산이 123억여원이다. 도의회는 농민의 아픔을 외면한 농업 예산 삭감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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