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공증절차 악용해 280억대 자산 보유 기업 가로채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부실한 공증 절차를 악용해 282억원 어치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을 송두리째 빼앗은 혐의(공정증서 원본 부실 기재 등)로 김아무개(70)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부동산컨설팅업자 박아무개(88)씨 등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물류배송업체의 소액 주주였던 김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 의사록을 위조해 대표와 이사, 감사 등을 자신들로 바꾼 뒤 법인등기부등본을 변경하는 수법으로 회사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같은 해 5월26일 이 회사가 보유한 262억원 어치의 토지를 공범 이아무개(62)씨에게 매각하는 내용의 ‘매매 예약 가등기’를 하고,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회사 예금 채권 20억원을 인출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법무법인에서 공증인가 때 해당 의사록의 진위 여부에 대한 실질적 심사를 거치지 않고 형식적 서류심사만 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안 회사 대표 김아무개(55)씨가 ‘대표이사 등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소송을 내자 자신들이 설립한 다른 회사에 가로챈 회사가 흡수합병된 것처럼 꾸며 법인등기를 폐쇄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법무부 장관에게 공증 절차에 관한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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