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부당 사항 적발땐 개선 지시
‘지방 예산편성 운영기준’ 정비도
시민단체, 도·도의회에 잇단 항의
‘지방 예산편성 운영기준’ 정비도
시민단체, 도·도의회에 잇단 항의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올해 예산을 둘러싼 분쟁으로 각종 단체들의 항의 방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행정자치부가 제주도의 예산 편성과 관련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다.
행자부는 6일 올해 제주도 예산 편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승우 재정정책과장을 단장으로 한 ‘긴급재정운영실태조사단’을 구성해 제주도 현장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포괄적 재량사업비 예산 편성 여부, 대규모 예산 삭감에 따른 부실한 도정 우려, 행사·축제경비와 민간보조금, 업무추진비 등 낭비성 지출 여부 등 재정운영 실태 등을 점검한다. 행자부는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 부당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하도록 하고,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통보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지방예산편성 운영기준’ 정비 등 모든 자치단체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도의 올해 예산 3조8149억원 가운데 4.4%인 1682억원을 삭감한 것과 관련해 단체들의 도와 도의회 항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지역 9개 보훈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도의회를 찾아 “보훈단체 예산을 어떻게 일반 사회단체 등과 똑같이 취급해 삭감할 수 있느냐”며 구성지 의장에게 항의했다.
이에 구 의장은 “지금 와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다. 의회나 집행부 모두의 잘못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데 집행부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문제다. 도청에 가서 추경을 요구해달라”고 말했다. 구 의장은 또 “제가 어제 집행부 쪽이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의회를 압박해 달라는 말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지금 의회를 압박하면서 추경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는 듯한 뉘앙스를 흘리고 있다”고도 했다.
제주도 장애인총연합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복지, 장애인 복지 증진을 부르짖던 도정이나 도의회는 사회복지를 퇴행의 길로 접어들게 하고 있다. 도와 도의회의 힘겨루기 싸움에 장애인단체의 직접 지원 예산 규모가 80억원에서 20% 삭감됐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단체에 아무런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삭감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조속한 추경예산 편성을 요청했다. 이들은 구 의장과 원희룡 지사를 만나 단체의 입장을 전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와 의회가 자체 해결을 하지 못해 행자부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여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양쪽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지난 5일 “당분간 추경예산 편성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삭감 예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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