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일어난 큰불로 4명 사망을 포함해 1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시 도시형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11일 오전 소방대원들이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의정부/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외부벽은 난연성 규정 없고
화강암 마감재보다 절반값
1층 발화 삽시간에 위층으로
유독가스 극심…구조·대피 막아
경보 울렸지만 스프링클러 없어
“10층까지 건물은 설치대상 아냐”
화강암 마감재보다 절반값
1층 발화 삽시간에 위층으로
유독가스 극심…구조·대피 막아
경보 울렸지만 스프링클러 없어
“10층까지 건물은 설치대상 아냐”
12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은 마치 폭탄을 맞은 듯했다. 화강암으로 마감한 건물 정면과 달리 건물 측면 외벽은 불에 타 너덜너덜했다.
화재 발생 하루가 지난 11일, 대봉그린아파트와 1.6m 간격으로 바짝 붙은 드림타운의 측면 1층부터 10층까지의 외벽은 새까맣게 불에 탄 채 뜯겨져 있었다. 1층 주차장에는 수십대의 차량이 전소된 채 서 있었다. 이날 귀중품을 수습하려고 잠시 집을 찾은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확인 결과,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불이 난 것은 10일 오전 9시15분40초였다. 이 불은 112 신고까지 10분, 119 신고까지 11분 동안 방치됐다. 출입구가 건물 안쪽에 있는 구조라 건물 앞을 지나는 주민이 불이 난 것을 알지 못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차가 6분 뒤인 오전 9시33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최초 발화 후 17분이 지난 뒤였다. 이사이 순식간에 불이 번져 대규모 인명 피해는 물론 건물 3개 동이 쑥대밭이 됐다. 불을 끄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11분이었다.
예상을 넘는 피해에 대해 김석원 의정부소방서장은 이날 “1층에서 발화된 불이 주차장 기름찌꺼기와 주차장 상단의 비닐재, 차량에 옮겨붙으면서 1300도의 복사열이 발생했다. 이것이 건물 양쪽 외벽을 타고 급속히 위층으로 번져 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지역이 상업지역이라 도로가 좁고 건물 뒤편으로 1호선 전철 철길이 지나 소방차 접근이 어려웠다. 유일한 대피로인 1층 출구 쪽에 유독 가스가 맹렬히 분출하면서 계단을 통해 대피할 수 없어지는 등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봉그린·드림타운아파트 외벽은 이른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이번 화재에서는 ‘불길 통로’가 됐다. 이 공법은 열관리 효율을 높이려고 시멘트 외벽에 스티로폼과 비닐망사를 덧붙인 뒤 그 위에 20~30㎜ 두께로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뿌려주는 것이다. 건축업계에서는 공사기간이 단축되고 화강암 마감재에 견줘 공사비용이 절반가량 싸 선호되고 있다.
최용화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내부에 단열재를 쓰면 내부 공간이 좁아지니까 외부에 단열재를 붙이는데, 발화되면 스티로폼 등 탓에 인화성이 큰 것은 물론 유독 가스를 뿜어내 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돌 등의 단열재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일을 외벽에 붙인 바로 옆 4층 높이의 ㅎ원룸은 화재에도 외벽이 온전히 남아 있어 대조를 보였다. 현행법상 내부 마감재는 불연성 또는 난연성 사용 규정이 있지만 외부 마감재 규정은 없다.
쌍둥이 건물로 지어진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 간 이격 거리는 1.6m에 불과해, 언뜻 보면 붙어 있는 듯했다. 1층에서 10층으로 치솟은 불길이 옆 건물로 옮겨갔지만, 두 건물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국민안전처는 “경보는 울렸지만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현행법상 10층까지의 건물은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바로 옆 해뜨는마을은 주차타워 외에는 화마를 피해 갔다. 해뜨는마을아파트 분양업체 쪽은 “불이 13·14·15층으로 옮겨붙었는데 내부에서 열을 감지하는 즉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면서 불길을 피해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방화의 가능성을 놓고 조사해온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 확인 결과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에서 화염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4륜 오토바이 주인 김아무개씨를 조사한 데 이어 오토바이를 김씨에게 판 정아무개씨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화재 원인 파악을 위한 현장 정밀감식을 벌인다.
의정부/홍용덕 오승훈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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