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도현의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 인용
보수·남성 일색 대법관 후보 추천 비판
보수·남성 일색 대법관 후보 추천 비판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보수 성향 일색의 50대 남성인 새 대법관 후보들을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한 현직 판사가 안도현의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을 인용해 ‘따뜻한 함박눈 같은 대법관이 그립다’며 후보 추천 다양화를 요구했다.
수원지법 민사20단독 송승용(41·사법연수원 29기) 판사는 14일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대법원 임명제청에 관한 의견’을 올렸다. A4용지 3장 분량의 글에서 송 판사는 “대법원장께서 금번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심에 있어 추천위원회의 추천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다시 한 번 법원 내외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취지가 가장 적극적, 우선적,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대법관 제청을 하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관추천위원회는 새로운 대법관 후보 3명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으나, 보수 성향 일색에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으로 다양성 요구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관련 기사: 새 대법관 후보 또 다양성 요구 외면
송 판사는 자신의 의견의 이유로 2가지를 꼽았다. “대법관 구성의 획일성, 편협성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판결에 대한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승복을 이끌어 내는 핵심적인 수단이자 통로일 것이며 긍극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새로 임명될) 대법관은 2008년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적 가치인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논란 속에 법원 내부 소장 판사들과 법원 노조까지 사퇴 촉구를 받은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은 발전적, 전향적 입장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한발 더 나아가 대법원의 정책법원화 추진 문제도 지적했다. 국회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건전한 국민 법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대법원 인사혁신이 긴요하다고 밝혔고, 대한변협 역시 소속 회원 설문에서 상고법원의 설치보다 대법관의 증원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어 송 판사는 “법원 수뇌부의 일방적 정책법원화 추진만으로는 (녹록지 않는 사법부 대외) 환경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대통령에게 3명의 후보 중 1명을 임명 제청할 양승태 대법원장을 향해 “2011년 취임사에서 (대법원장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천 결과가 취임사의 내용에 부합하는지 냉철한 자성과 반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판사는 2011년 최은배 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되자 “납득할 수 없다”는 글을, 2012년에는 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과 위장전입 등으로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제청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코트넷에서 올리기도 했다.
수원/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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