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범은 사이코패스…계획된 범행”

안산상록경찰서 수사결과 발표
“낮은 죄책감 등 공감능력 결여”

경기도 안산시 인질살해사건 용의자 김아무개(46)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해 인질극을 벌이고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프로파일러 면담과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김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자로 추정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안산상록경찰서는 21일 인질살해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범인은 자신의 집에서 부엌칼을 소지한 채 범행장소로 갔고, 가는길에 편의점에 들러 목장갑도 2켤레 구입했다. 인질극과 인질살해 등은 모두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가 부인의 전 남편 박아무개(49)씨 집에 들어갈 때 ‘이미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다’는 박씨 동거녀(32)의 진술을 확보한데다, 김씨의 자택 압수수색 결과 주방에 부엌칼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김씨가 자신의 집에서 들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박씨가 귀가하자 마자 몸싸움을 벌여 살해한 점도 미리 살인을 준비한 것이라는 증거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밖에 경찰은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러 면담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증) 평가에서는 ‘처의 행동과 사고까지 통제하려는 망상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낮은 죄책감 등 공감능력 결여, 교활함과 범죄행위에 대한 합리화, 폭력성 등 반사회적 성향이 나타나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자로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씨는 인질극 이후 지금까지도 범행에 대해 부인 김씨의 책임이라고 강변하고, 현장검증에서도 유족들을 우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가 부인과 7년여 동안 동거하면서 최소 5차례 이상 때린 사실도 확인하고, 다른 죄를 캐고 있으며 자택에서 일본도(날 76㎝)를 불법 소지한 사실도 확인해 혐의에 추가했다.

경찰이 이날 김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인질살해, 특수강간, 감금, 폭행, 상해 등 10여가지에 이르며, 법정 최고형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부인이 만나기를 거부하고 전화도 받지 않자 아이들을 인질로 삼고 부인을 유인하려는 생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가정폭력 사건이 인질살해로 확대된 점에 대해선, 민원상담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부인이 지난 8일 경찰서를 찾아가 민원상담관에게 가정폭력에 대해 상담을 요청했는데도,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아 인질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피의자 김씨는 지난 12일 오후 부인의 전 남편 박씨 집에 침입해, 박씨의 동거녀를 감금하고 있다가 귀가한 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또 박씨의 딸 2명이 차례로 귀가하자 인질로 삼았으며, 막내딸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22일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김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안산/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