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2007년 이후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반대에도 해군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 진행과정에서 반대운동을 벌이는 주민들과 활동가, 종교인들이 체포·구속되는 사례가 속출했고, 마을의 갈등은 깊게 패었다. 하지만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군기지 관사 건립 문제가 또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이번에는 해군이 주민만이 아니라 제주도와도 대립하고 있다. 해군과 주민 간 갈등은 해군이 지난해 10월, 마을의 터 9407㎡에 72가구의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주민들은 마을 내 관사 건립을 반대하면서 공사장 들머리에 천막을 치고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11월 주민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마을 내 관사 건립 반대와 관련해) 가급적 주민 뜻을 반영시키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청 관계자들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해군 쪽과 여러 차례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해군의 협상은 제주도 및 주민들과의 소통보다는 명분 쌓기용으로 해석된다. 해군은 이 과정에서 ‘기지에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사유지’를 대체부지로 요청했다. 그러자 제주도는 주변을 샅샅이 뒤져 기존 면적의 2배가 넘는 2만㎡ 규모의 사유지를 찾아내 대체부지로 내놓았다.
그러나 해군은 지난 7일 ‘2015년 12월까지’ 건립을 끝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각종 절차와 공사기간을 합쳐 최소한 2년 이상은 걸린다”고 전했다. 현재의 장소에 관사를 건립하겠다는 해군의 의지 표명으로 보이는 이유다.
해군의 명분 쌓기는 또 있다. 해군은 지난 26일 정호섭 해군 참모차장 등 수뇌부가 원 지사와 만나 관사 문제를 논의했으나 진척되지 않자, 다음날 국방부 장관 명의로 강정마을회에 농성 천막과 차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31일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장을 전달했다. 협상중에 군 수뇌부가 방문하자마자 계고장을 전달한 것은 제주도의 뒤통수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31일은 원 지사가 한-일 지사회의를 위해 제주도를 비울 때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을 적극 반대하기로 해 또다른 충돌이 우려된다.
원 지사는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제주도 입장에서는 중간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로 해군과의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군은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 말처럼, 갈등 해소를 위한 의지를 제주도와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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