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농성 천막’ 강제 철거된 강정마을 “정부에 지쳤다”

등록 2015-02-01 20:41수정 2015-02-01 22:24

해군관사 건립 반대 투쟁하던
마을회장 등 24명 연행·4명 부상
정부에 대한 분노·불신 ‘깊은 상처’
투쟁 8년간 650명 처벌·3억 벌금
평화운동 새길 모색 계기 되기도
제주 서귀포 해군기지 인근에 들어설 해군 관사 건립을 반대하며 공사장 출입구에 6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 중이던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1일 오후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을 위해 철거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뒤쪽으로 눈 덮인 한라산이 보인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주민 등 24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농성 천막과 망루 등은 이날 밤 늦게 모두 철거됐다.  서귀포/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제주 서귀포 해군기지 인근에 들어설 해군 관사 건립을 반대하며 공사장 출입구에 6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 중이던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1일 오후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을 위해 철거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뒤쪽으로 눈 덮인 한라산이 보인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주민 등 24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농성 천막과 망루 등은 이날 밤 늦게 모두 철거됐다. 서귀포/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토요일인 1월31일 날이 밝으면서 시작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농성 천막 등에 대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이 14시간 만에 끝났다. 이 과정에서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 등 24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농성장은 철거됐지만,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은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군 관사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12년 5월부터다. 그해 3월7일부터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상징이던 구럼비바위 폭파 작업이 주민·활동가들의 격렬한 저항 속에 계속된 데 이어, 5월29일 해군은 군 관사 사업설명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의사는 아랑곳없이 해군은 일정에 따라 해군기지 관련 공사를 진행해 나간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사업설명회를 무산시키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해 6월10일 열린 마을총회에서 주민 98%가 군 관사 건립을 반대했고, 지난해 10월 공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공사장 입구에 천막을 치고 저지투쟁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군 관사 건립 저지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나 다름없었다.

국방부가 2007년 6월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결정한 뒤, 주민들은 8년간 힘겨운 투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남은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였다. 정부와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서귀포시 화순항과 위미항을 저울질하다 갑작스레 강정마을로 결정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해군은 지역 이름이 거명될 때마다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항구’라고 얼버무리는 등 오락가락했다. 해군은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가 하면 제주도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

군 관사 문제만 해도 2013년 10월 해군 참모총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주민 동의 없이는 군 관사를 짓지 않겠다는 서신을 보낸 바 있다. 군이 스스로 약속을 어겨 불신을 키운 셈이다. 국가안보사업을 명분으로 다른 지방 경찰력까지 동원한 것도 민심을 자극했다. 다른 지방 경찰이 주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것은 68년 전 제주 4·3 사건 이후 처음이다.

지난 8년 동안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된 주민과 활동가, 종교인은 650여명이 넘는다. 재판에 회부된 건수만 392건이고 이 가운데 159건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들이 내야 할 벌금은 진행중인 사건을 합해 3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마을회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으로 부과된 벌금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마을회관 매각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70대 중반의 주민 김아무개씨는 “정부가 국가안보사업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것 말고 한 일이 뭐가 있나. 정부에 대한 분노도 이제는 지쳤다”고 허탈해했다. 주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앞으로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8년간의 투쟁은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평화운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주민·활동가들은 해마다 7~8월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평화순례 대행진을 통해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고 있고, 강정마을을 평화마을로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또한 주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 국가사업은 ‘안보사업’이라 할지라도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해군은 올해 말까지 해군기지를 완공할 계획이다. 주민·활동가들의 반대에도 계획된 공기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해군기지 주변 진입도로(2223m)와 우회도로(608m)가 개설될 예정이어서 주민·활동가들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