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단체장들, 장관에 반대뜻 전달
대전 “충남 이용객이 30%...경유를”
시민 5000명 ‘경유 촉구’ 결의대회
충북은 오송역 약화 우려 경유 반대
대전 “충남 이용객이 30%...경유를”
시민 5000명 ‘경유 촉구’ 결의대회
충북은 오송역 약화 우려 경유 반대
케이티엑스(KTX) 호남선 서대전역 경유를 놓고 대전과 호남, 충북 등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전은 충남·대전 이용객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서대전역 경유를 주장하지만, 호남은 서대전을 경유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 고속철도 기능을 잃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케이티엑스 경부·호남선이 갈라지는 오송역이 자리잡고 있는 충북도 또한 오송역의 기능 약화 우려를 내세워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하고 있다. 케이티엑스 호남선이 4월 개통을 앞두고 제 궤도에 오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 등 호남권 광역단체장 3명은 3일 오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찾아가 서대전을 경유하는 ‘저속철’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호남권에선 서대전을 경유하는 ‘저속철’을 운행하는 것은 케이티엑스 호남선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가 옛 호남선 철로를 사용하던 호남선 케이티엑스 구간에 8조3529억원을 투입해 새 전용선로(충북 오송~익산~광주)를 완공한 것은 수도권~호남권의 장거리 구간 시간 단축을 위해서였다. 케이티엑스 호남선이 개통되면 2시간43분이 걸리던 호남선(용산~광주송정)은 1시간33분(용산~오송~공주~광주)으로 단축된다.
하지만 서대전을 경유하는 케이티엑스 18개편은 익산~서대전 구간에서 옛 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운행시간이 45분이나 더 걸린다. 서대전을 경유하면 기존 케이티엑스보다 겨우 25분 빨라질 뿐이다. 윤기현 광주시 교통정책과장은 “서대전역 이용객이 광주 송정역보다 더 많기 때문에 서대전역을 경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새마을호, 무궁화호, 케이티엑스 이용객 가운데 서대전 하차 승객은 30% 정도 되지만, 서대전 이용 케이티엑스 승객은 7%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전은 이용객이 많다는 이유를 들며 서대전역 경유를 주장하고 있다. 박용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은 “호남고속철을 이용하는 대전·충남지역민이 전체 이용객의 30%에 육박하고, 호남선 전체로는 44.7%에 이르는 만큼 열차 일부는 서대전~계룡~논산 구간을 경유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대전권 경제·시민사회·직능단체 등 236개 단체로 꾸려진 ‘호남선 케이티엑스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는 3일 성명을 내어 “호남권과 충청권, 충북권은 상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호남고속철은 서대전역을 경유해야 하며, 경유하지 않으면 대전·충남권의 호남고속철 이용객 300만명이 불편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대전역에서 시민 5000여명이 참여한 ‘서대전역 경유 대전시민결의대회’도 열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서대전역 경유 문제가 지역갈등, 정치대결 구도로 가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선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 대전과 호남이 상생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합리적인 결정 기준, 운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은 청주공항 활성화 등을 위한 충청권 공조 합의에 따라 대전과 대립을 피하고 있지만, 서대전역 경유에는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는 3일 오송역 광장에서 ‘호남고속철도 서대전 경유 반대’ 충북도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는 호남고속철도 건설 목적에 역행하는 서대전 경유 추진을 즉각 백지화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호남고속철도사업을 농단하고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을 초래한 서승환 장관,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 등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호남고속철도는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양대 교통·생활축을 구축해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화합을 이루려고 탄생했다. 정부는 서대전역 경유 조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송인걸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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