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불찰이다”, “오판이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뱉은 말이다. 어쩌면 갈팡질팡했던 이 사건 수사 상황을 요약하는 두마디이기도 하다.
경찰이 사고 당일인 지난달 10일 사고 현장에서 사고 차량의 유류품(사고 당시 파편)을 확보했지만 무시한 사실이 3일 드러났다. 청주흥덕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당일 현장에서 차량 안개등 커버 파편을 수거했고, 차량 부품업체를 통해 ‘지엠대우 윈스톰’의 파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지난달 10일 새벽 1시30분께 청주시 흥덕구 사운로 한 전기자재 업체 앞길에서 크림빵을 들고 귀가하던 강아무개(29)씨를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달아난 허아무개(38·구속)씨가 몰던 윈스톰이었다.
경찰은 “폐회로 화면에서 흰색 계통 승용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확보한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차체가 낮은 승용차에 의한 충격이라는 소견이 있어 아르브이(RV) 차량인 윈스톰은 배제했다. 결과적으로 수사 방향을 잘못 잡았고, 오판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는 지난달 29일 허씨가 자수하기까지 허둥지둥의 연속이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곳에 설치된 방범용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에 집착해 수사의 혼선을 자초했다. 경찰은 이 화면을 분석해 ‘흰색 베엠베(BMW)’ 승용차를 용의 차량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 이 동영상을 한 중고자동차 사이트에 올려 누리꾼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 추측은 경찰이 강력팀을 투입해 수사본부를 차린 지난달 27일 당일 무너졌다. 강력팀 형사가 사고 170m 남짓 떨어진 곳에 설치된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의 폐회로 화면에서 용의 차량인 ‘윈스톰’ 차량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시시티브이는 누구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쉽게 띄는 곳에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이 사업소의 한 직원은 지난달 26일 오후 한 포털사이트에 “우리 사무실 정문에 시시티브이가 있는데 도로를 비추고 있어 찾을 수 있을 듯하네요”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세호 청주흥덕경찰서장은 지난달 30일 중간 수사 발표에서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던 시시티브이 화면을 미리 파악하고 용의 차량을 빨리 특정하지 못한 것은 저희의 불찰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저녁 허씨의 범행 관련 결정적 제보를 받은 경찰은 허씨의 행방을 쫓았지만 밤 11시8분께 허씨가 자수하려고 경찰서로 걸어들어오는 것조차 몰랐다. 현장과 주변을 모두 놓친 경찰에게 ‘헛발질 경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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