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산학협력단 보고서
“활자에 묻은 먹 탄소연대 측정
1033~1155년 사이에 만들어”
직지 간행보다 138년 앞서
12일 문화재위 귀추 주목
“활자에 묻은 먹 탄소연대 측정
1033~1155년 사이에 만들어”
직지 간행보다 138년 앞서
12일 문화재위 귀추 주목
‘증도가자’가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책)으로 남아 있는 ‘직지심체요절’(직지·1377년) 이전의 금속활자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남명천화상송증도가’(보물 758호·1239년)를 찍을 때 쓴 금속활자다. 보고서 내용이 맞다면 직지 간행보다 138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가 나온 셈이다.
이 보고서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의뢰로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정도 연구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결과물이다.
연구책임자인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9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완 박사팀이 증도가자 활자에 묻은 먹을 탄소연대 측정했더니 직지보다 앞선 1033~1155년 사이에 만든 먹으로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완우 교수 등의 해인사 대장경(1236년), 사찰, 비문 등 서체 비교·분석에서도 증도가자가 같은 시대 서체라는 것이 확인됐다. 전문가 30여명이 집중 연구를 통해 증도가자가 진품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2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보고서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철규 문화재청 대변인실 사무관은 “증도가자 소장자가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기초 자료를 모으는 과정의 하나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연구 용역을 맡긴 것이다. 이번 문화재위원회가 보고서를 검토한 뒤 추가 조사·연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낸 경북대 산학협력단 책임자인 남 교수가 2010년 증도가자의 존재를 알린 주인공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논란 내용을 알고 있다. 애초 용역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과제 수행 기간이 6개월도 안 되는 등 시간이 너무 없어 참여했다. 내가 6년 연구 끝에 증도가자를 처음 알렸지만 이번 연구는 권위 있는 기관, 권위자들이 참여해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3월 말께 연구자들과 함께 공식 학술 발표를 통해 연구 결과를 모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려 우왕 3년(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를 간행한 기록을 토대로 지역 대표 문화로 키워온 청주는 직지 위상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주시는 2001년 9월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뒤 직지상을 제정하고 직지축제를 열고 있으며, 직지 등 활자 복원에도 힘쓰고 있다.
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증도가자는 금속활자이고, 직지는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기 때문에 의미가 다르다. 증도가자가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증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발명국이 되는 것이다. 책·활자를 모두 보완할 수 있어 직지 위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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