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인터뷰서 ‘개혁대상’ 삼아
의회 농수축위 “해명을” 일정 거부
‘예산 전쟁’ 이후 갈등골 깊어져
의회 농수축위 “해명을” 일정 거부
‘예산 전쟁’ 이후 갈등골 깊어져
원희룡 제주지사가 언론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제주도의원들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도의회는 원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 원 지사의 출석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도와 의회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12일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원 지사의 태도를 강력하게 성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 지사의 직접적인 해명이 있을 때까지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앞서 농수축위는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의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최근 벌어진 예산 사태 관련 도지사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도지사의 출석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도의원들이 이처럼 원 지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원 지사가 전국 일간지 등 언론과 잇단 인터뷰를 하면서 도의원들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12일치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의회와 ‘예산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의원들이 민원성 사업에 쓰일 의원사업비를 충분히 편성하지 않았다며 도 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하면서 촉발된 사태”라며 “(예산 개혁이) 될 때까지 하는 거죠”라고 했다.
또 원 지사는 “도와 의회의 충돌로 행정공백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는 “도의원의 지역 민원 예산의 공백이 있을 뿐이지 행정공백은 없다”고 답했다. 원 지사의 발언은 도의원들이 사실상 ‘개혁’ 대상이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박원철 농수축위원장은 “과연 지도자로서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정자치위원회에서도 원 지사의 발언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고정식 행자위원장은 “지사가 이렇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이유가 뭐냐. 의회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지난해 12월19일에는 전국적으로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도의회가 자기들끼리 예산을 짜놓고 동의하지 않으면 부결시켜버린다”는 등의 발언을 해 의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원 지사는 도의회에서 “의회와 건강한 견제와 협력 관계를 책임져야 할 도지사로서 표현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지난 3일에도 정례직원조회에서 “기네스북에 나올 예산 삭감”이라고 하는 등 의회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