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비난 높자 공동회견서 사과
“예산개혁, 공동주체가 돼 노력”
의원들 ‘증액없는 심의’ 입장 밝혀
곧 처리할듯…향후 갈등소지 남아
“예산개혁, 공동주체가 돼 노력”
의원들 ‘증액없는 심의’ 입장 밝혀
곧 처리할듯…향후 갈등소지 남아
올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감정적 대립을 보여온 제주도와 도의회가 ‘예산 갈등’을 끝내기로 했다. 도와 도의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구성지 도의장 등은 1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가 편성해 제출한 추경예산을 도의회에서 조속히 심사해 원만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민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연말부터 이어져온 예산 갈등으로 심려와 불편을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도와 도의회는 설 연휴 기간 시급한 민생예산을 하루빨리 처리하고 도정 현안에 매진하라는 도민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예산 갈등 해소가 도민들의 비판 여론 때문임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지역방송사가 지난달 설 연휴를 맞아 예산 갈등 사태의 책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의회에 45.0%, 원 지사에게 27.2%의 책임이 있다고 나왔다. 하지만 원 지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지난해 8월 12.2%에서 27.8%로 두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양쪽이 예산 갈등을 끝낼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의원들은 최대 쟁점이 됐던 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의 삭감 예산에 대해 증액하지 않고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표면적으로는 도의회가 양보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삭감됐던 1634억원 규모로 짜인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은 2일부터 열리는 제328회 임시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될 전망이다.
도의회가 도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원 지사도 정치력에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원 지사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도의회를 사실상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예산 개혁에는 타협이 없다”며 강공책을 쓰는 과정에서 정치력 부재 등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는 추경예산의 처리에 관한 것일 뿐이어서, 앞으로 예산 편성과 심의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도와 도의회가 예산 개혁의 공동 주체가 돼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예산제도의 개선 방향을 설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도의원들의 지역주민 대변 기능을 존중하고, 도의회는 예산 편성의 기준·절차를 존중하면서 상호 간의 협의 아래 불합리한 관행이 타파될 수 있도록 협치정신으로 공동 노력하겠다고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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