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생존율 높이기 겨냥
지난 8일 오전 11시께 제주시 한 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쉬고 있던 양아무개(61)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같은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게임을 하던 제주소방서 직할 남성의용소방대 홍성훈 부대장과 제주한라대 간호과 출신 김아무개씨 등이 양씨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 곧바로 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해 의식을 회복시켰다.
심폐소생술을 교육받은 덕택에 양씨를 상대로 곧바로 응급처치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이처럼 제주지역에서 갑작스럽게 심장에 이상이 생긴 응급환자들을 심폐소생술로 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심폐소생술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1일 제주소방서가 집계한 최근 3년 동안 제주지역에서 119구조대에 의해 이송된 심정지 환자를 보면, 2012년 291명, 2013년 421명, 지난해 415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목숨을 건진 환자는 각각 12명(4.1%), 12명(2.9%), 17명(4.1%)에 그쳤다.
제주소방서는 심정지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 및 각종 단체 회원 등을 대상으로 ‘4분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에 나서고 있다. 초기 대응이 생존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에는 제주시 화북동 한 주택에서 이아무개(60)씨가 갑자기 쓰러지자, 평소 인터넷 등을 통해 심폐소생술 방법을 알고 있던 가족 중 한 명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의식을 되찾게 했다. 이씨는 병원치료를 받아오다 서울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9일 제주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받고 항공기에 탑승하러 가던 중 다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이에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자격을 가진 보안검색요원 고원진(28), 안희라(26)씨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상황을 듣고 달려온 공항의원 간호사가 자동제세동기(AED)를 이용해 의식을 회복시켰다.
제주소방서는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환자들을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생명을 구한 이씨의 가족과 홍씨 등을 ‘하트세이버’(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생명을 구한 사람에게 주는 상) 수상자로 추천할 계획이다.
제주소방서 강승균 반장은 “일반인이나 단체 등에서 교육 요청이 들어오면 관할 센터를 통해 교육에 나서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초기 대응이 생존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필수적으로 익혀둬야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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