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산하 4·3평화교육위원회 양조훈 위원장.
“4·3의 진실 찾기는 긴 터널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4·3 문제 해결이 역사의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체험한 나로서는 일련의 과정이 기적의 연속이었다.”
제주도교육청 산하 4·3평화교육위원회 양조훈(67) 위원장이 최근 펴낸 <4·3, 그 진실을 찾아서>(도서출판 선인)에는 지난 27년 동안의 녹록하지 않은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역일간지 기자였던 1988년 4·3취재반장을 맡아 진상규명 운동에 뛰어든 양 위원장은 2000년에는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직장을 바꿔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실무 책임 등을 맡았다. 제주4·3평화재단 상임이사와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1999년 12월 4·3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명박 정부 때 관 주도의 4·3특별법 시행령 저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의 확정 과정,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을 보면서 “4·3 진실규명 운동사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실현된 일련의 기적들로 이뤄졌다”며 웃었다.
“솔직히 1988년 4·3취재반을 만들 때만 해도 4·3이 오늘날처럼 당당히 재평가받는 날이 오리라는 확신이 없었다”는 그는 당시 기자들과 ‘4·3은 말한다’라는 제목의 연재기사를 10여년 동안 456회에 걸쳐 보도했다. 전국일간지와 지역일간지를 합쳐 10여년 동안 같은 주제로 연재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는 “취재 자료가 쌓일수록 미군과 극우 권력이 사건에 씌웠던 조작의 덧칠도 벗겨지기 시작했다”며 “4·3 문제 해결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난제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지혜와 힘, 용기와 희생을 모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4·3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서 냉전 상황, 한반도의 분단 상황, 미군정 시기 해방공간, 제주도의 역사와 정치·경제·사회 여건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제주/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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