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경남 창원에 문을 연 전국 첫 개성공단 생산제품 전용판매장인 ‘한국상사’ 매장 모습. 다음달 말 개성공단상회 출범에 맞춰 이름을 바꾸고 정식으로 개점할 예정이다.
창원에 ‘개성공단상회’ 1호점 오픈
최근 개성공단에서 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북쪽 노동자의 월 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한다고 일방 통보해 왔다. 남쪽 정부는 이를 따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금 인상을 놓고 남북 대립이 본격화되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2013년 4월 북쪽 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았고 공단은 그해 9월 중순까지 가동을 멈췄다. 입주업체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 쪽은 “2013년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제 많이 회복됐지만 아직도 2013년 상황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입주업체 30여곳 자구책 찾기
협동조합 설립 뒤 판매점 열어
의류·신발·식품 등 30여종 판매
전국 5~6곳 매장·온라인도 준비
“북 노동자 대부분 10년 숙련공
대기업 브랜드 달면 3~4배 뛸 것” 남북관계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완제품 국내 판로 개척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완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기 위한 ‘개성공단상회’를 차리기로 하고, 최근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124개 국내업체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여개 업체가 협동조합에 우선 참여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상회’는 이들 30여개 업체의 공동 판매장 구실을 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의 국내 첫 전용판매점인 ‘한국상사’가 지난달 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대우백화점 정문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15일 창원시 한국상사 매장에 들어서자, 360㎡의 널찍한 매장에 상품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고, 천장엔 대형마트처럼 여성의류·남성의류·이불·등산복 등 상품 종류를 나타낸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엔 15개 업체의 옷, 신발, 침구, 그릇, 식품 등 자체 브랜드 완제품 30여종이 갖춰져 있었다. 브랜드 이름은 대부분 생소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완제품을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상사는 여성의류와 식료품의 가격경쟁력이 특히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여성의류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오오엔육육닷컴이 빌리윌리(BILIWILI)라는 브랜드로 만든 여성용 정장 코트로 9만9000원이다. 300㎖짜리 참기름 2병과 들기름 1병으로 구성된 한식품 기름세트는 1만5000원이다. 하지만 아직 개성공단 제품 전용매장이 알려지지 않아, 매장은 한산했다. 한국상사의 송성기 이사는 “제품 가격이 중국산만큼 저렴해서 손님들에게 싸구려 취급을 당할 때 가장 안타깝다. 이 제품들이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백화점에 들어간다면 ‘몸값’이 최소 3~4배는 뛸 것이다. 바느질 등 제품 질은 정말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1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한 숙련공으로, 이들이 생산한 제품 질이 외국의 명품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이사는 “아직은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는 완제품이 많지 않아 진열 상품 구색을 맞추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정식 개점 때는 납품업체가 30여곳으로 늘면서 제품 종류도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상회는 참여업체의 자체 브랜드로 생산된 완제품만 판매할 예정인데, 현재로선 30여곳만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업체 가운데 30여곳만 완제품 국내 판매에 참여한 것은 대부분 업체가 대기업 주문을 받아 대기업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은 새달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서울에 개성공단상회 본점을 개설하고, 대도시 중심으로 전국 5~6곳에 대리점을 낼 계획이다. 첫번째 대리점인 창원 한국상사는 개성공단상회 출범에 맞춰 이름을 바꾸고 정식으로 개점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몰도 준비하고 있다.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최근 전용매장 개점 때까지 10년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자·전시판매 등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은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에 절대적으로 의존했고, 제품을 납품받은 대기업은 원산지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표시해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해 판매했다. 개성공단 생산품은 국내 투자 지분과 국내산 직접재료비 비중이 60% 이상이면 국산으로 간주돼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산’ 등 국산으로 원산지를 표시할 수 있다. 실제 창원 한국상사 매장에서도 모든 제품의 원산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 또는 ‘대한민국’으로 표시돼 있고, 개성공단 생산품임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참기름, 고구마전분 등 식료품에만 제조원 소재지가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업지구’로 적혀 있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연간 생산액이 4억7000만달러에 육박하고, 생산품 대부분이 섬유·식품 등 소비재인데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어디에서도 개성공단에서 만들었다고 밝힌 제품을 찾아볼 수 없고 이제야 개성공단 생산품 전용매장이 생겼다. 개성공단 생산품임을 밝히지 않아 개성공단에 대한 국민 관심과 애정을 끌어올려 개성공단을 정착시키는 데는 기여를 못한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남북이 힘을 합쳐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만든 지 10년 만에 ‘이 제품은 개성에서 만들었다’고 당당하게 밝힌 ‘개성공단상회’의 출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탄탄한 내수를 확보하면 북-미 관계, 남북관계 등 기업들 처지에선 속수무책인 외부 상황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개성공단상회를 찾는 손님들은 옷 한벌을 사도 ‘남북 경제협력에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통일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은 개성공단상회에서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해 국내 소비자 신뢰를 쌓은 뒤 외국 진출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협동조합 설립 뒤 판매점 열어
의류·신발·식품 등 30여종 판매
전국 5~6곳 매장·온라인도 준비
“북 노동자 대부분 10년 숙련공
대기업 브랜드 달면 3~4배 뛸 것” 남북관계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완제품 국내 판로 개척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완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기 위한 ‘개성공단상회’를 차리기로 하고, 최근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124개 국내업체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여개 업체가 협동조합에 우선 참여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상회’는 이들 30여개 업체의 공동 판매장 구실을 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의 국내 첫 전용판매점인 ‘한국상사’가 지난달 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대우백화점 정문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15일 창원시 한국상사 매장에 들어서자, 360㎡의 널찍한 매장에 상품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고, 천장엔 대형마트처럼 여성의류·남성의류·이불·등산복 등 상품 종류를 나타낸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엔 15개 업체의 옷, 신발, 침구, 그릇, 식품 등 자체 브랜드 완제품 30여종이 갖춰져 있었다. 브랜드 이름은 대부분 생소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완제품을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상사는 여성의류와 식료품의 가격경쟁력이 특히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여성의류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오오엔육육닷컴이 빌리윌리(BILIWILI)라는 브랜드로 만든 여성용 정장 코트로 9만9000원이다. 300㎖짜리 참기름 2병과 들기름 1병으로 구성된 한식품 기름세트는 1만5000원이다. 하지만 아직 개성공단 제품 전용매장이 알려지지 않아, 매장은 한산했다. 한국상사의 송성기 이사는 “제품 가격이 중국산만큼 저렴해서 손님들에게 싸구려 취급을 당할 때 가장 안타깝다. 이 제품들이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백화점에 들어간다면 ‘몸값’이 최소 3~4배는 뛸 것이다. 바느질 등 제품 질은 정말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1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한 숙련공으로, 이들이 생산한 제품 질이 외국의 명품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이사는 “아직은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는 완제품이 많지 않아 진열 상품 구색을 맞추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정식 개점 때는 납품업체가 30여곳으로 늘면서 제품 종류도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상회는 참여업체의 자체 브랜드로 생산된 완제품만 판매할 예정인데, 현재로선 30여곳만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업체 가운데 30여곳만 완제품 국내 판매에 참여한 것은 대부분 업체가 대기업 주문을 받아 대기업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은 새달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서울에 개성공단상회 본점을 개설하고, 대도시 중심으로 전국 5~6곳에 대리점을 낼 계획이다. 첫번째 대리점인 창원 한국상사는 개성공단상회 출범에 맞춰 이름을 바꾸고 정식으로 개점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몰도 준비하고 있다.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최근 전용매장 개점 때까지 10년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자·전시판매 등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은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에 절대적으로 의존했고, 제품을 납품받은 대기업은 원산지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표시해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해 판매했다. 개성공단 생산품은 국내 투자 지분과 국내산 직접재료비 비중이 60% 이상이면 국산으로 간주돼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산’ 등 국산으로 원산지를 표시할 수 있다. 실제 창원 한국상사 매장에서도 모든 제품의 원산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 또는 ‘대한민국’으로 표시돼 있고, 개성공단 생산품임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참기름, 고구마전분 등 식료품에만 제조원 소재지가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업지구’로 적혀 있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연간 생산액이 4억7000만달러에 육박하고, 생산품 대부분이 섬유·식품 등 소비재인데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어디에서도 개성공단에서 만들었다고 밝힌 제품을 찾아볼 수 없고 이제야 개성공단 생산품 전용매장이 생겼다. 개성공단 생산품임을 밝히지 않아 개성공단에 대한 국민 관심과 애정을 끌어올려 개성공단을 정착시키는 데는 기여를 못한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남북이 힘을 합쳐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만든 지 10년 만에 ‘이 제품은 개성에서 만들었다’고 당당하게 밝힌 ‘개성공단상회’의 출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탄탄한 내수를 확보하면 북-미 관계, 남북관계 등 기업들 처지에선 속수무책인 외부 상황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개성공단상회를 찾는 손님들은 옷 한벌을 사도 ‘남북 경제협력에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통일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은 개성공단상회에서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해 국내 소비자 신뢰를 쌓은 뒤 외국 진출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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