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자녀 교육 지원’ 조례도 만들기 전에 신청 받아…동사무소 직원들 ‘멘붕’

여영국 경남도의원(노동당·창원5)이 경남도의 학교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과 경남도의회의 관련 조례 제정 추진에 항의해 16일 경남도의회 현관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회원들도 17일부터 여 의원과 함께 단식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최상원 기자

소득 신고서 등 제출 서류 많은데
사실·누락 여부 확인 방법 없어
지원 대상자 몇명인지도 몰라
경남도 “다음달부터 소득 정보 확인 가능”

학교 무상급식비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지원 예정액 전부를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쏟기로 결정한 경남도가 관련 조례도 만들기 전인 16일부터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교육 지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읍·면·동사무소 담당 직원들은 “경남도 지시에 따라 지원 신청을 받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지원 신청 첫날인 1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ㄱ동사무소 총무 담당자는 “이 사업은 복지 관련 업무인데, 경남도가 복지 담당 직원의 업무를 가중시키면 안 된다며 총무 담당 직원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데 복지 담당자 도움 없이는 이 일을 할 수 없다. 결국 총무 담당과 복지 담당 직원 모두가 투입된 셈”이라고 말했다.

지원 신청을 하려면 읍·면·동사무소에 준비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신청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 개인정보 이용 및 제공 사전 동의서, 금융정보(금융·신용·보험정보) 제공 동의서, 소득·재산 신고서, 고용·임금 확인서 등 6종의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또 건강보험료 납부증명서,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예금잔액증명서를 반드시 내야 하고, 해당자에 한해 일용근로소득사실확인서(일용근로자), 소득금액증명원(자영업자), 월급명세서 또는 고용임금확인서, 근로소득원천징수서(상시근로자), 임대권계약서(임대사업자), 연금소득증명서, 무료임대확인서, 휴·폐업 확인서, 임대차계약서, 차량보험가입증서, 부채증명원 등을 내야 한다.

창원시 성산구 ㄴ동사무소 총무 담당자는 “제출서류가 많다 보니 사실상 개인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셈인데 이 방대한 정보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동사무소는 이런 서류를 받아도 재산·소득·금융정보 등의 사실·누락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ㄷ동사무소 총무 담당자는 “동사무소는 관내에 이 사업의 지원대상자가 대략 몇명인지는커녕, 초·중·고등학생이 몇명인지도 모른다. 교육청이 주도해 일선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왜 경남도가 한번도 이런 일을 해본 적 없는 동사무소에 떠맡기는지 모르겠다. ‘죽어나는 것은 조조 군사’라더니 지금 내가 그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인국 경남도 정책기획관은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에 ‘지자체 행복이음시스템’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다음달 승인을 받으면 재산·소득·금융정보 등의 확인이 가능해진다. 또 해킹 등에 의한 개인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 국가정보원·행정자치부와 보안 협의도 마쳤다. 다음달 3일 신청을 마감해, 10일까지 지원대상자를 확정하고, 20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지만, 마감 이후에도 계속 신청을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