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46%인 930그루씩 말라죽어
어린나무 생성, 고사목의 28% 그쳐
기후변화 탓 생육기반 악화 추정
어린나무 생성, 고사목의 28% 그쳐
기후변화 탓 생육기반 악화 추정
세계 최대의 유일한 숲을 지닌 한라산 구상나무의 절반가량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어린나무의 발생도 고사목 발생에 견줘 28%에 그치는 등 구상나무의 쇠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보전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사실은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고사 실태 및 생육 상황을 파악해 효율적인 보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라산 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분포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확인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절명위기종으로 지정한 구상나무의 한라산 분포 면적은 해발 1300m 이상 지역에 795.3㏊로 세계 최대 규모다.
조사 결과, 구상나무림 내 구상나무 수는 1㏊에 2028.3그루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54.1%인 1098.3그루가 살아있는 반면, 45.9%인 930그루는 고사목으로 조사돼 절반 가까운 구상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사 시기는 2010년 이후가 20.7%인 1㏊에 192.5그루가 고사했고, 1995~2010년에는 37.9%인 352.5그루, 1995년 이전 41.4%인 385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3~4년 동안 한라산 내 주요 발생 지점별 고사율을 보면, 성판악등산로 해발 1800m 일대에서 전체 고사목의 39.0%가 발생했고, 같은 등산로 해발 1650m 일대가 32.6%, 관음사 등산로 해발 1850m 일대가 20.7%로 높은 고사율을 보였다.
연구원은 또 1996년의 자료와 고사율을 비교분석한 결과 윗세오름 일대는 34.8%에서 67.2%로, 큰두레왓 일대는 15.1%에서 40.7%로 증가했고, 왕관릉 일대(해발 1850~1875m)에서는 16.7%에서 48.7%로, 한라산 백록담 북사면의 방애오름 일대(해발 1700~1760m)에서는 4.4%에서 33.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나무의 발생은 고사목 발생에 견줘 28.0%에 그쳐 구상나무의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1990년대까지는 주로 구상나무의 노령화 및 개체목 간의 경쟁 등 자연적인 고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에 의한 적설량 감소, 잦은 태풍과 강우 등으로 생육기반이 악화된 것이 고사목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모니터링 강화 등 보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