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경우회 공동기자회견
“희생자 재심의, 전제조건 안돼”
“희생자 재심의, 전제조건 안돼”
제주4·3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상징되는 4·3유족회와 경우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제주 67주년 4·3추념식 참석을 요청하고 나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 재향경우회는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암울한 시대의 희생자임을 인식하고, 국민 대통합을 위해 화해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올해 추념식에 참석하면 유족과 제주도민은 대통령의 덕을 기릴 것”이라며 대통령의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들은 “4·3으로 인한 과거의 아픔을 뛰어넘어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나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유족회와 제주경우회는 화해·상생을 위한 여러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회와 경우회는 2013년 화해하고, 지난해에는 4·3추념식과 현충일 행사에 서로 참석하는 등 화해·상생을 위한 사업을 벌여왔다.
이들은 일부 보수세력의 ‘4·3 흔들기’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아직도 한편에서는 이념을 절대적 가치로 여겨 화해보다는 갈등을 부추기는 분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아직도 갈등을 조장하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이성적으로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판단해 통합과 화합의 대열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이번에 4·3 희생자를 위무하고, 유족을 보듬어준다면 이념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희생자 재심의 문제가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의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내놨다. 정문헌 유족회장은 “희생자 심사는 4·3실무위에서 1차, 4·3중앙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2차례 등 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4·3중앙위원회도 확실한 근거자료가 있으면 재심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 참석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현창하 경우회장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준으로 재심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이로 인해 모처럼 봉합돼 가는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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