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조각가 윤영호씨가 13일 자신이 만든 솟대 모형을 들고 솟대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대한민국 희망 1번지’로 불리는 곳이 있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금수산 자락이다. 산과 물이 서로를 막아 고즈넉한 산골마을엔 전국 유일의 솟대공원 ‘능강솟대문화공간’이 있다. 솟대 조각가 윤영호(70)씨가 10년 동안 일군 ‘희망의 성지’다.
이곳엔 지금 벚꽃·할미꽃·매발톱 등 흐드러진 들꽃 속에 기러기·오리 등 400여쌍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군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땅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솟대다. 솟대는 긴 장대 끝에 새 모양 나무를 깎아 매단 조형물이다. ‘부엉이 방구통’이라고도 불리는 나무옹이 등을 있는 그대로 다듬어 하늘을 향해 단다. 윤씨는 지금도 겨울이면 솟대에 달 새 모양 나무를 구하려고 전국의 산을 오른다. 요즘은 구리 등으로 만든 솟대도 있다.
“삼한시대엔 하늘에 제를 올리는 곳에 솟대를 세웠지요. 솟대는 사람들의 꿈을 하늘에 전하고 하늘에서 답을 얻는 희망의 안테나지요. 능강은 사람과 하늘의 기운이 소통하는 희망 1번지입니다.”
윤씨는 운명처럼 능강에 둥지를 틀었다. 윤씨는 1985년 권옥연 화백의 그림 속 솟대를 보고 솟대에 빠져 경기 광교산 자락, 충주 동량면을 거쳐 2005년 4월 제천 능강에 솟대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이곳에 400여점이 설치돼 있고 해마다 30~40점씩 교체를 합니다. 전국 곳곳에 조성한 솟대를 포함하면 그동안 솟대 작품 1000여점을 만들었지요. 이젠 전국 곳곳에 희망 안테나가 설치돼 있는 셈이지요.”
윤씨의 말처럼 그의 솟대는 국회 의원회관,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청와대 영빈관, 청주 가로수길, 광주비엔날레 등에 한국을 대표하는 조형물로 설치됐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미국 워싱턴 스포캔시 공원에도 솟대가 전시될 참이다.
능강솟대문화공간은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한달 동안 개관 10돌 기념전을 연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솟대 모양이 들어간 희망엽서를 무료로 나눠주고 배달까지 하는 희망엽서 보내기 축제를 한다. 윤씨와 함께 직접 솟대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윤씨는 “희망엽서에 꾹꾹 눌러쓴 꿈을 솟대를 통해 하늘에 전하면, 하늘이 솟대라는 안테나를 통해 희망의 답을 내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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