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서 택시운전하는 임영호씨
120명 학생들에 ‘슬픈 생일파티’
사고수습 경황없는 부모 대신해
“영정 속 학생들이 반기는 것 같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생일상을 차려주는 임영호씨가, 지난 7일 단원고 2학년 교실에서 희생 학생들의 넋을 기리는 나무를 돌보고 있다. 임씨는 희생자가 너무 많은 탓에 거의 매일 학교에 찾아가 생일상을 차리다 울먹이는 바람에 이 학교에선 ‘울보 삼촌’이란 별명이 붙었다. 사진 김기성 기자
‘안산교통 경기42바 1218.’ 이 택시는‘기억하자, 잊지 말자’는 노란 리본과 노란 배지로 온통 노란색 물결이다. 이 택시의 운전대를 잡는 임영호(48·안산시 상록구)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앞에서 교통안내를 맡았다. 비통해하는 유가족들을 태워 전남 진도 팽목항과 서울 광화문을 오갔고, 분향소 앞에서 발을 구르며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엉엉 우는 단원고 학생들을 부축하기도 했다.
임씨는 “아들이 숨진 학생들 또래이고, 아들 친구 가운데 희생된 학생도 있어 세월호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시 생업인 택시 운전을 접고 슬픔의 현장을 지켜온 임씨는, 지난해 10월29일 이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생일상을 차려 왔다. 이날은 198일 동안 실종됐던 단원고 2학년 황지연(18)양이 295번째 희생자로 발견된 날이다. 이날은 황양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임씨는 사고 수습에 경황이 없는 희생 학생들의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 생일상 차려주기에 나섰다.
임씨는 사납금(택시기사가 회사에 매일 입금하는 돈)도 채우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거의 날마다 케이크와 꽃바구니를 산다. 임씨는 “희생된 학생들이 너무 많아 거의 매일 생일상을 차리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크와 꽃바구니를 들고 분향소 안에 들어설 때마다 영정 속 학생들이 까르르 웃어주며 반기는 것 같다. 그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분향소에서 케이크에 촛불을 밝힌 뒤 단원고 2학년 교실로 발길을 옮긴다. 주인을 잃은 책상 위에 한 번 더 학생들의 모습과 꼭 닮은 꽃바구니를 올리다 보면, 다시 먹먹함이 가슴을 친다. ‘작고 슬픈 생일파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의 생일상 사진과 살아온 나날을 일일이 기록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안산에 만든 세월호 기록물보관소로 보내야 마무리된다.
단원고 학생과 유가족들은 임씨를 ‘울보 삼촌’이라고 부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를 오가며 눈물을 훔치다 보니 이런 별명이 붙었다. 지금까지 임씨가 생일상을 차려준 학생은 120명이다. 사연을 듣고 꽃바구니와 케이크 값을 보내오는 후원자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임씨와 함께 ‘더는 나이를 먹을 수 없는 단원고 희생자’의 생일을 기억해주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임씨는 사철식물인 남천나무 10그루를 사 단원고 2학년 10개 반 교실에 놓았다. 임씨는 이 나뭇가지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 그는 “세월호와 함께 진실도 인양돼 아이들이 따뜻하게 하늘나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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