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더럭’
주민들 항의에 업주 “카페 문닫겠다”
주민들 항의에 업주 “카페 문닫겠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는 제주도에서 보기 드문 ‘연화못’이라는 연못이 있다. 이곳은 또 이웃마을인 상가리와 함께 수백년 전부터 ‘더럭’이라는 마을 이름으로 불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더럭’과 ‘연화못’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쓸 수 없게 됐다. 마을 연못 인근의 창고를 개조해 휴게음식점(카페)을 운영해온 업주가 이 지명들을 특허상표 등록했기 때문이다. 하가리는 연화못과 알록달록한 색을 입힌 더럭분교가 대기업의 광고에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이 업주는 마을 이름인 더럭을 비롯해 연화지, 연화못, 프롬더럭, ‘from 더럭’ 등 5개 이름을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잇따라 특허상표 등록했다. 또 ‘from 더럭 연화못카페’, ‘from 더럭 연화못분교’, ‘연화못분교 from 더럭’, 연화못분교 등 4개는 지난해 8월 이후 특허공고 중이다.
이처럼 마을 이름과 ‘연화못’이 상표로 등록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마을엔 ‘700년 전통의 고유지명과 개교 70년이 된 더럭분교 이름 상표등록을 취소하라’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날 연화못에서 만난 80대의 한 할머니는 “마을 이름을 사용하려면 상표등록한 사람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봉길 마을 이장은 “마을 지명을 개인이 특허등록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마을에 분란을 일으켰으면 상표등록을 취소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데 마을에 상표를 무상기부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무상기부 받아야 할 처지냐”고 반발했다. 주민들은 19일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카페 쪽은 지난 13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간판에 ‘프롬더럭 연화못카페’라고 적혀 있다. 프롬더럭 연화못카페라는 상표 출원과 동시에 유사상표 출원을 막기 위해 상표 안에 들어 있는 단어인 더럭, 연화못, 연화지 등을 같이 출원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카페 쪽은 이어 14일에는 “고민 끝에 이장이 원하는 대로 프롬더럭 문을 닫기로 했다. 집회 전날인 오는 18일 토요일까지만 영업하겠다”고 했다가, “직원들이 힘들어서 오늘(14일)까지만 영업하겠다”고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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