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김석범 소설가 수상에
두달 지나 제주도에 감사 의뢰
시민단체 “감사 요청 철회하라”
두달 지나 제주도에 감사 의뢰
시민단체 “감사 요청 철회하라”
행정자치부가 제주4·3평화상에 대한 감사를 요구해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6일 제주도감사위원회 등의 말을 들어보면, 행자부는 지난 13일 제주4·3평화상의 제정 취지와 근거, 선정 절차, 심사 절차,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를 도감사위원회에 요구했다. 오창수 도감사위원장은 15일 도의회 임시회에 출석해 “감사 의뢰가 왔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4·3평화상은 4·3문제 해결에 공헌하거나 세계 평화·인권운동에 헌신한 인사에게 수여하기 위해 제주4·3평화재단이 올해 만든 것으로, 지난 2월 초 첫 수상자로 재일동포 소설가 김석범(90)씨를 선정했다.
행자부가 평화상 수상과 관련해 두달이나 지나 감사를 의뢰한 것은 극우보수단체들의 문제 제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해방 전에는 민족을 팔아먹은 친일파, 해방 후에는 반공세력으로, 친미세력으로 변신한 그 민족 반역자들이 틀어잡은 정권이 젖먹이 갓난아기까지 빨갱이로 몰아붙였다. 도민의 저항은 내외 침공자에 대한 방어항쟁이며 조선시대의 제주민란과 일제 통치하의 민족독립해방투쟁의 정신에 이어지는 조국통일을 위한 애국투쟁이라고 생각한다”는 수상 소감 부분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수언론은 김씨를 ‘북 대변자’라고까지 몰아붙였다.
그러나 제주4·3위원회에 신고된 4·3 희생자 가운데 당시 10살 이하 어린이 희생자가 전체의 5.8%(814명)에 이를 정도로 당시 무차별 학살이 이뤄졌다. 김씨는 또 남한이나 북한 어느 쪽의 국적도 아닌 ‘조선적’으로 살아왔으며, 북한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제주4·3유족회 등 관련단체는 물론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 등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행자부의 감사 의뢰 중단과 보수우익세력의 4·3평화상 폄훼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4·3 노래에 이어 평화상까지 ‘4·3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행자부는 평화상에 대한 감사 요청을 즉각 철회하고, 제주도감사위원회도 감사를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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