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원초등학교가 고층 건물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학생수 예측 잘못해 왼쪽땅 매입 안해
뒤늦게 매입하려다 거부당해
49층 아파트 공사기간 40개월
“아이들 공사장 속 학교 다녀야해”
뒤늦게 매입하려다 거부당해
49층 아파트 공사기간 40개월
“아이들 공사장 속 학교 다녀야해”
부산시교육청의 학생수 예측 실패로 부산 해운대구 해원초등학교가 고층 건물에 둘러싸이게 됐다. 특히 학교 운동장 바로 옆엔 49층 주상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 공사 기간 학생 안전까지 위협받게 됐다.
부산시는 21일 “부산시 건축위원회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안 해원초등학교 운동장 서쪽과 이웃한 3477㎡의 삼각형 공터에 지상 49층(높이 165.2m) 주상아파트 건축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사업시행자인 ㈜성연이 해운대구의 건축허가를 받으면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전 심의 기관인 건축위원회를 통과하면 건축허가를 내주는 것이 관례여서, 49층 주상아파트가 완공되면 해원초 사방을 고층건물들이 에워싸게 된다. 운동장 남쪽엔 72층 현대아이파크아파트(1631가구)와 80층 두산위브더제니스아파트(1788가구), 북쪽엔 고층 상가건물이 들어섰고, 운동장 오른쪽엔 내년에 8층 높이의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이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애초 부산시교육청은 2007년 부산시에 “마린시티 안 상업용지 1만1392㎡를 학교용지로 변경시켜 달라”고 요청해 부산시의 협조를 받았으나 2010년 10월 7915㎡(69.4%)만 사들였다. 저출산 등으로 학생수가 더는 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부산시교육청이 매입을 포기한 3477㎡는 2012년 1월 상업용지로 환원됐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해원초등학교 전교생은 2012년 3월 개교 당시 492명이었으나 올해 3월 현재 907명으로 3년 만에 415명(84.3%)이나 늘어났다. 개교 1년 만에 4층에서 5층으로 증축했으나, 교실이 부족해 음악실 등 특별활동에 필요한 공간을 쪼개 교실로 변경했다. ㈜성연의 49층 주상아파트가 완공되면 학급 과밀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도 2012년 부산시교육청에 “학생수 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에 상업용지로 환원된 3477㎡를 매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이에 따라 부산시교육청은 다시 땅을 사겠다고 나섰으나, 대우건설은 이를 거부하고 지난해 7월 ㈜성연한테 땅을 팔았다.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49층 주상아파트의 공사기간이 40개월인데, 갤러리아백화점 공사까지 시작되면 아이들은 학교를 가기 위해 공사장 속으로 다녀야 한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7~8년 전 학생 수요 예측이 결과적으로 크게 어긋났다. 민간업체가 땅을 팔지 않으면 해결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운대구가 건축허가를 할 때 건설업체의 공사장 안전대책을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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