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시국선언
천주교 사제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도지사직 사퇴와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천주교 마산교구 소속 신부들은 2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한 시국선언을 했다. 시국선언문엔 박철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마산교구 위원장, 하춘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마산교구 대표, 박창균 가톨릭농민회 담당신부, 백남해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자문위원 등 신부 2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중단 등 홍준표 지사의 독선으로 경남도민의 불만과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으며, 그가 내뱉은 안하무인의 막말로 도민의 가슴은 상처로 가득하다. 그런 그가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됨으로써 도민의 실망과 분노는 극에 달해, 더 이상 그를 도지사로 인정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성경 잠언 14장 12절은 ‘사람에게는 바른길로 보여도 죽음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 사태처럼 인간이 그릇된 권력을 추구하다가 저지르는 불법과 부정에 대한 준엄한 경고의 말씀이다. 홍 지사는 구차한 변명을 걷어치우고 지금 당장 스스로 사퇴해 조금이라도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홍 지사가 밖에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 증거 조작과 인멸을 시도할지 알 수 없다. 검찰은 홍 지사를 즉각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진구 신부(거제 고현성당)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한탄스러운 상황이다. 진리는 선포되고, 악은 비판받아야 한다. 우리 사제들이 누구를 비판할 자격은 없으나, 다른 이들의 고통을 보면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뜻에서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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