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야산에서…귀휴 복귀일인 21일 서울에서 사라져
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 지난 17일 귀휴를 나간 뒤 잠적한 무기수 홍승만(47)씨가 29일 오후 경남 창녕군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20분께 경남 창녕군 장마면 ㅂ사찰에 사는 변아무개(82·여)씨가 “우리 절에서 사흘간 머무르던 한 남자가 지난 27일 오전 10시30분께 ‘뒷산에 등산하러 간다’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사위 박아무개(54)씨를 통해 신고해 오자, 수색에 나서 이날 오후 2시40분께 ㅂ사찰 인근 서장가마을 뒷산 중턱에서 홍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라진 남자가 사찰에 남겨둔 가방에서 모자, 파란색 윗옷, 메모지 3장, 현금 80여만원을 발견했다. 메모지 한장엔 ‘어머니 형님 누님 막내동생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OO씨 먼저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다른 메모지엔 ‘그 누굴 원망하지도 말자. 세상에 사랑에 아둥바둥 구걸하지 말자. 조용히 가자.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라고 적혀 있었고, 마지막 메모지엔 지인 4명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메모지에 적힌 ‘OO씨’는 펜팔을 하면서 사귄 것으로 알려진 홍씨 애인의 이름으로 확인됐다. 모자와 파란색 윗옷도 홍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변씨는 “지난 25일 오후 1시께 경남 양산시 통도사 법회에 가다가 절 입구에서 넘어져 다쳤는데, 그때 그 남자가 다가와 도와줬다. 그래서 함께 통도사를 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 남자가 내가 머무르는 절에 며칠 머무를 수 있겠냐고 해서, 법회를 마친 뒤 함께 내가 사는 ㅂ사찰로 돌아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변씨는 또 “ㅂ사찰에 머무르던 그 남자가 지난 27일 오전 10시30분께 ‘등산 가도 되겠다’며 ㅂ사찰 뒷산으로 올라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짐을 그대로 둔 채 산에 간 사람이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서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홍씨로 추정되는 이 남자를 찾기 위해 경찰 기동대 등 350여명을 동원해 ㅂ사찰 뒷산 등을 수색했다. 대구교정청 소속 교도관 140여명도 수색작업에 투입됐다. 홍씨의 주검을 발견한 것은 교도관이었다.
오동욱 경남경찰청 강력계장은 “포위망이 좁혀오자 더는 도망갈 수 없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숨진 시점은 지난 27일 ㅂ사찰을 나간 당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1996년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17일 귀휴를 나갔으나 복귀일인 21일 오전 서울에서 잠적했다. 이후 홍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원도 동해와 부산을 거쳐 지난 24일 울산에 갔던 것으로 시외버스터미널 등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확인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24일에야 홍씨의 얼굴사진을 배포하는 등 전국에 공개수배했다. 부산·울산·경남경찰청은 홍씨가 숨진 날로 추정되는 지난 27일 일제검문을 시작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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