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ㅂ아파트 놀이터. 시소, 그네 등 놀이기구
는 하나도 없고, 나뭇가지를 쌓은 더미와 기다란 의자들
만 놓여 있다. 사진 김광수 기자
이전보다 10배…올해도 13곳 폐쇄
시설기준 강화돼 수리·교체비 부담
시설기준 강화돼 수리·교체비 부담
7일 오전 부산 동래구 ㅂ아파트 놀이터엔 시소와 그네 등 놀이기구는 하나도 없고, 나뭇가지를 쌓은 더미와 기다란 의자들만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구청에서 놀이터 시설이 낡았으니 전면 수리를 하라고 했는데, 비용 때문에 지난해 폐쇄했다”고 말했다.
90여가구가 사는 부산 연제구 ㄷ아파트는 지난해 아파트 놀이터를 없애고, 현재 이 땅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ㄷ아파트 경비원은 “구청에서 놀이터 시설비 일부를 지원한다고 했으나, 입주민들이 폐쇄했다”고 귀띔했다.
7일 부산시가 김진용 부산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2~2014년 3년 동안 폐쇄된 부산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262곳으로 2012년 이전 폐쇄된 어린이 놀이이설 23곳에 견줘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13곳의 어린이 놀이시설이 사라졌다.
최근 어린이 놀이시설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2008년 이전엔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 기준이 없었으나, 관련법 개정으로 지난 1월26일까지 모든 놀이터 시설을 안전기준에 맞춰 운영하도록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구·군에서 낡은 어린이 놀이시설의 수리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놀이터를 찾는 어린이들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시설 교체·수리비 마련에 부담을 느낀 아파트 입주민들은 놀이터 폐쇄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달 현재 운영되는 부산의 놀이터는 2849곳이다. 아파트 등 주택단지가 1915곳으로 전체의 67.2%를 차지하고, 어린이집 16.5%(472곳), 도시공원 11.4%(327곳) 등이 뒤를 이었다. 254곳(8.9%)은 보험에 들지 않아 사고가 났을 때 치료비 등 보상이 힘든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용 시의원은 7일 부산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놀이터를 폐쇄하는 아파트는 주로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곳이다. 부산시와 구·군에서 놀이터 시설 개선 비용을 늘리고 어린이 놀이시설 보험료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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