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한겨레 자료사진
경기도 하남시의회가 서울 등 하남 이외 지역 출신 고교생들에게 급식을 중단하려다 50%의 급식비만 지급하도록 해 비판을 산 가운데(▶ 관련기사 “외지 출신 무상급식 말라”…황당한 하남시의회), 이번에는 예산 집행기관인 하남시가 학생 주소를 구분하겠다며 학생들에게 주민등록등본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하남시의 말을 종합하면, 하남시는 시에 주소지를 둔 ‘관내’ 학생과 ‘관외’ 학생을 구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주민등록등본을 제출받아 주소를 확인한 뒤 1분기 급식비 지원을 신청하라고 7개 고등학교에 통보했다.
이는 하남시의회가 지난해 12월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서울과 경기도 광주·양평 등에 주소지를 둔 관외 거주 학생에게는 급식비를 50%만 지원하라’며 무상급식 예산을 깎았기 때문이다. 하남시의 통보를 받은 고교 7곳 가운데 5곳은 전체 학생들에게 주민등록등본을 제출받아 주소지를 확인한 뒤 급식비 지원을 신청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주민등록등본에는 부모와 학생의 주민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데다, 개인정보 활용 동의도 받아야 한다. 하남시가 지나치게 편의주의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남시는 또, “급식 예산 지원 뒤 시 담당자가 확인할 때까지 학생들에게 제출받은 주민등록등본 복사본을 학교에 보관하라”고 요구해, 무상급식을 빌미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틀어쥐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적부나 교육정보전산시스템(나이스)을 이용하면 관내·외 거주를 구분할 수 있는데도 시가 이런 조처를 요구하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밥 먹으려면 등본 떼어 와라’는 비교육적 행위를 강요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남시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의회가 관내·외 학생을 구분해 급식 예산을 짜 줬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이 필요했고, 학적부와 실제 주소가 다른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5명과 새정치민주연합 2명으로 구성된 하남시의회는 “지하철 5호선 하남시 연장 사업으로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 관외 거주 학생에게는 급식비 지원을 전액 중단하고, 관내 거주 학생 급식비는 50%만 지원하라”며 고교 무상급식 예산안 32억원 가운데 19억원을 깎았다. 그러나 ‘지역 차별’, ‘밥상 차별’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삭감하려던 예산 가운데 9억6천만원을 살려 관외 지역 출신 학생에게는 50%의 급식비만 지원하도록 했다. 하남 지역 고교생은 4700여명이고, 이 가운데 17% 가량인 800여명은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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