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김옥환)는 14일 국보 1호 숭례문의 단청 복구공사를 하면서 부실한 화학안료를 사용해 6억3천여만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홍창원(59) 단청장을 구속기소하고, 제자 한아무개(49)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홍 단청장은 2012년 9월∼2013년 3월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진행하면서 사용하지 않기로 한 화학안료인 지당과 화학접착제인 아크릴에멀전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 단청장은 전통복원에 자신 있다고 문화재청에 밝혔지만, 전통기법으로 단청을 복구해본 경험은 1970년 스승이 하는 공사에 잠시 참여했던 것이 전부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홍 단청장은 처음 한달여 동안 천연안료와 전통 교착제를 사용하는 전통기법을 썼다. 하지만 색이 잘 발현되지 않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통접착제인 아교가 엉겨붙자 이를 숨기려고 화학안료와 전통안료를 섞고, 화학접착제도 물에 섞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칠한 단청은 결국 복구된 지 3개월 만에 벗겨졌다.
검찰은 숭례문 단청 복원 부실공사 수사를 통해 경찰이 입건한 15명 가운데 홍 단청장 등 2명만 기소했다. 나머지 공사 관련자(특경가법상 사기) 4명과 공무원(직무유기) 6명, 감리사(업무상 배임) 2명 등 12명은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경찰서가 수사를 벌여 홍 단청장 등 15명을 입건한 뒤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으나 작년 말 주요 피의자들의 소재지가 있는 성남지청으로 이첩됐다. 문화재청은 예산 42억원을 들여 재시공할 예정이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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