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이렇게 왔는데 돌아서니 또 가슴이 미어지네요….”
15일 낮 12시께 충북 청주시 가덕 천주교공원묘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스승의 날 모임이 열렸다. 흰색 또는 검은색 셔츠를 입은 제자 3명은 말 없는 스승 앞에 붉은 카네이션을 내려 놓은 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하늘도 잔뜩 찌푸려 분위기는 더욱 무거웠다.
이곳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숨진 고 남윤철 교사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고교 2학년 때 담임인 남 교사와 동고동락했다는 박승주(20)·박혜성(20)·한지웅(20)씨가 이날 남 교사를 찾았다.
고향인 청주 땅에 묻힌 남 교사를 찾아 7번째 묘소에 들렀다는 박승주(20)씨는 “스승의 날이 참 무겁고 슬프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날들이 생생하고, 선생님의 얼굴이 또렷한데 이곳에 계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이번엔 남 교사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는 아버지와 동행했다.
고교 2학년 때 담임의 기억을 떠올린 한승주(20)씨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같은 선생님이 너무 많이 보고 싶어 왔다. 말 없이 우리를 바라보는 선생님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 4월16일 남 교사 1주기 때도 묘소를 찾았다.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던 남 교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숨졌다. 남 교사의 모교인 국민대는 남 교사의 희생 정신을 기려 남 교사가 강의를 받던 북악관 708호실을 ‘남윤철 강의실’이라고 이름짓고, 남윤철 장학금도 조성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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