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질병에 시달리던 70대 노부부가 함께 숨졌다.
지난 30일 오후 8시17분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ㅅ아파트 6층에서 남편 이아무개(76)씨와 부인 조아무개(7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이씨는 40여년 전 화상을 입어 양쪽 팔과 오른쪽 귀를 잃은 장애인이어서 도움이 없이는 생활이 어려웠다. 남편을 수발해온 부인 조씨도 최근 허리와 다리를 수술받은 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지병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아들 3형제는 수도권에 살고 있어서 부부만 따로 떨어져 살아왔다.
남편 이씨는 목이 졸려 숨진 채 거실에 누워 있었고, 부인 이씨는 입 주변에 토한 흔적을 남긴 채 작은 방에 숨져 있었다. 작은 방 침대 위에는 40㎖ 짜리 약병 4개가 놓여 있었으나,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부모님이 아침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일 부부의 주검을 부검하기로 했다. 경찰은 “건강이 안 좋았던 부모님이 오랜 투병으로 힘들어했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용은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장에 가보고 쓸쓸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경제적 이유나 가족간 관계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청 쪽은 “두 분 모두 장애인으로 등록이 돼 있었지만, 사회복지 대상은 아니었다. 빈곤·질병·장애 탓에 노년층이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복지망을 촘촘하게 짜겠다”고 밝혔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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