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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댐 역대 최저수위 근접…식수원이 말라간다

등록 2015-06-09 21:09수정 2015-06-10 08:08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 마을에서 9일 오전 한 농민이 배추 모종을 심는 파종 작업을 위해 트럭에 물을 실어 날라 탱크에 옮겨 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 마을에서 9일 오전 한 농민이 배추 모종을 심는 파종 작업을 위해 트럭에 물을 실어 날라 탱크에 옮겨 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최저치에서 2m 높은 153.91m
150m 아래로 내려가면
수도권 생활용수 공급 차질
충북·강원 밭작물 타고
논농사 포기하는 곳도
“지금 심으면 다 죽는다”
“기우제? 한가한 소리 말어. 할 수 있다면 물을 훔치고 싶은 마음이여. 너무 가물어 풀도 안 나….”

9일 오후 뙤약볕이 내리쬐는 충북 괴산군 불정면 세평리 서영석(62)씨의 담배밭에서 만난 이웃 신흥리 김현배(61) 이장은 스프링클러가 쏟아내는 물줄기를 부러워했다. 서씨는 400여m 떨어진 개울에서 양수기로 물을 끌어와 이날 담뱃잎을 적셨다. “이렇게 물을 끌어올 수만 있어도 다행이여. 저수지며, 개울이며 모두 바짝 말라 끌어올 데도 없어.”

괴산은 대표적인 담배 산지다. 140여농가가 250여㏊에서 600여t을 생산한다. 하지만 요즘 지독한 가뭄으로 밭이 타들어가고 있다. 괴산읍 서부리, 불정면 등지의 밭고랑은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다. 밟을 때마다 ‘서걱서걱’ 소리가 나고, 푸석푸석 일어난 먼지는 손으로 입을 가리게 할 정도다. 중앙엽연초생산협동조합 장준기(42) 생산과장은 “10여일 뒤면 잎을 수확해야 하는데 가뭄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잎이 마르고 꽃대가 올라오는 등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생산은 급감하고, 수확을 해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국내 고랭지 배추의 98%가 생산되는 강원지역도 말라가고 있다. 해발 1100m 태백산맥의 능선에 있는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단지인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로 불리는 이 지역 농민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한창 여름배추 모종을 심어야 하지만 땅속 20~30㎝까지 말라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농민 전우식(51)씨는 “땅이 말라 있어 지금 심으면 다 죽는다. 비 오기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배추·무 등 고랭지 채소단지를 전수조사했더니, 전체 7200㏊의 33%(2357㏊)만 파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나 벌써부터 ‘배추·무 파동’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타들어가는 것은 밭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하구 민통선 마을의 저수지 두 곳이 말라 논 89㏊에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파주시는 42㏊분의 예비 못자리를 만들어 12일부터 대성동과 통일촌 마을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파주시의 올해 강우량은 예년의 65%인 141.5㎜에 그친데다, 임진강 염도가 높아져 물 부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과 이원·소원면 등지의 45만여㎡도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 원북면 황촌리와 방갈리 등은 관정을 뚫어도 염분 농도가 높아 농업용수로 쓸 수 없다. 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나오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김동백(55)씨는 논에 물을 못 대자 올해 벼농사를 포기하고 대체작물로 콩을 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씨는 “관정이 있긴 한데 주변에 물이 말라서 그런지 아예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물이 없어 벼를 못 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케이워터(한국수자원공사)는 2014년부터 지난 8일까지 한강수계 다목적댐(소양강·충주·횡성댐)의 강수량은 예년의 65%, 유입량은 44%에 불과하다고 9일 밝혔다. 한강수계 저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소양강댐의 저수량은 8억100만㎥로 총저수량의 27.6%이며, 충주댐도 8억4400만㎥로 23.4%에 그치고 있다. 케이워터는 소양강, 충주, 횡성 등 한강수계에 가뭄 대응 단계 ‘주의’를 발령한 상태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사지원리 10가구, 어상천면 연곡리 4가구, 영동군 양산면 수두리 5가구 등에는 먹는 물도 말라 소방차가 물을 나르고 있다.

수도권 상수원인 춘천 소양강댐 수위는 9일 153.91m로 역대 최저치인 151.93m(1978년 6월24일)에 근접한 상태다. 댐 수위가 150m 이하로 내려가면 전력 생산이 중단되고 수도권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소양강댐관리단 관계자는 “이대로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생활용수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충주댐과 연계해 탄력적으로 방류량을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송인걸 오윤주 박수혁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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