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도대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지난 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아빠와 같은 집에서 생활하다 메르스 감염 증상을 보였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의 처지가 딱하다. 1차 검사에서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어린 나이여서 혹시 모를 응급상황이 발생이 우려되는데도 전문 의료진의 보살핌을 못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10살 미만)의 아빠(40대)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다녀왔다. 폐암 투병 중인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빠는 지난 5일 고열에 시달리다 동네 병원과 성남중앙병원 등을 오가며 치료와 검사를 받은 결과 지난 9일 2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국립의료원에 이송돼 격리·치료 중이다. 앞서 어린이의 아빠는 지난 7일 성남중앙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1차 검사 결과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해 자택에 격리돼 있었다.
해당 어린이의 엄마는 두 살 터울인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집 안에 격리돼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막내가 지난 10일 새벽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체온은 37.8도까지 치솟았다.
엄마는 긴급히 보건소에 상황을 알렸고, 당국은 해당 어린이의 가검물을 채취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 끝에 이날 밤 8시3분께 다행히 ‘1차 검사 결과 음성’이란 판정이 나왔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앞서 다른 사람들의 검사 결과가 ‘음성→양성’ 또는 ‘양성→음성→양성’ 식으로 오락가락해서 해당 어린이의 상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 어린이는 ‘격리 병원’으로 갈 수도 없었다. 격리병원이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격리병원에서 이 어린이들 받아준다 해도 10살도 안 된 어린이가 혼자서 격리된 병동에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해당 어린이는 집으로 보내졌다. 엄마 등 가족 2명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검사를 받았으나 역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성남시는 “해당 어린이가 나이가 너무 어린 탓에 보다 정밀하고 전문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엄마를 설득해 동의를 받아냈다. 이어 시는 ‘해당 어린이와 가족이 입원해 전문 의료진이 관찰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대형병원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퇴짜’를 맞았다. 메르스에 노출됐거나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자택 격리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과 두 자녀의 열을 수시로 재며 며칠째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10살 미만 어린이의 경우 전문 의료진이 수시로 관찰해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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