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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가로수길·경리단길…‘뜨는 거리’들의 공통점은?

등록 2015-06-21 17:13수정 2015-06-21 17:19

현충일인 6일 오후 휴일을 맞아 차 없는 거리로 변신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에 이르는 연세로 한복판에서 청년 예술가들의 거리공연이 한창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현충일인 6일 오후 휴일을 맞아 차 없는 거리로 변신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에 이르는 연세로 한복판에서 청년 예술가들의 거리공연이 한창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달 31일 오후 3시, 30도가 넘는 뙤약볕 속에서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의 ‘차 없는 거리’는 주말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일엔 자동차가 다녔던 연세로는 노란색·파란색 파라솔과 탁자들로 가득 찼다. 캐리커처를 그려주거나, 직접 만든 인형이나 가방 등을 파는 작은 매대가 줄지어 있었다. ‘활력마켓’이라고 불리는 예술가들의 벼룩시장이다.

휴일 신촌을 찾은 젊은이들이 발걸음을 늦추고 매대를 들여다봤다. 자동차의 위협이 사라진 이날 연세로에는 유모차를 탄 아기나 걸음마를 막 뗀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도 많았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김형철(23)씨는 “주변을 구경하며 보드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활력마켓을 운영하는 ‘문화활력생산기지’의 대표 초원지기(필명)는 신촌 차 없는 거리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렇게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이 지역이 걷기 좋은 곳으로 변하자 사람이 몰렸다. 연세로에서 승하차하는 시내·마을버스 승객은 2012년 하루 평균 1만7666명에서 2013년 1만3159명으로 감소 추세였다. 하지만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시작한 지난해 승객이 1만6395명을 기록하며 증가세(24.6%)로 바뀌었다.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김용오 팀장은 “지난해 연세대 1학년이 인천 송도로 이전하면서 4천명 가까운 학생이 줄었는데, 차 없는 거리 시행 이후 유동인구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 걷는 도시를 원하는 사람들

<한겨레>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도심 속의 걷기 좋은 3곳(청계천, 덕수궁길 보행전용거리, 세종로 보행전용거리)을 꼽아 그곳에서 만난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왜 이곳을 찾았는지 물었다. ‘행사를 구경하거나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시민이 34.3%로 가장 많았다. 이방일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장은 “걷기 좋은 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행사에 참여한다든가 운동을 하겠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러 찾아온 경우가 많았다. 길 자체가 목적지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의 거리 자체가 편하게 쉬며 즐기는 공원처럼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설문 대상자의 99.2%는 3곳의 걷기 좋은 길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69.3%는 하루 평균 30분 이상 걷는다고 답했다.

건강·휴식 등 위해 ‘걷는 공간’ 선호
서촌·가로수길·삼청동길·경리단길…
뜨는 거리들 ‘걷기 좋은 길’ 공통점
사람간 소통에 상권 활성화 효과도

미국·영국 등에서도 ‘걷는 도시’가 추세
‘보행 점수’ 매긴 부동산 사업도
LA, 69년 만에 첫 용도지역 재조정
서울도 ‘걷기 인프라’ 조성에 적극

걷는 도시를 원하는 추세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미국 부동산업체인 ‘워크스코어’는 얼마나 걷기 편한 동네인지를 0~100점 사이의 점수로 알려주며 걷기 좋은 도시를 찾는 수요를 이용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걷기 좋은 곳에는 특히 젊은이들이 몰린다고 설명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그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연남동에 있던 경의선 철길이 기다란 ‘선형 공원’으로 바뀌며 걷기 좋은 곳으로 변하자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저녁 연남동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악기인 ‘행드럼’을 두드리는 젊은이 2명이 등장했고,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르는 등 개성 있는 옷을 입은 젊은이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사람만큼 커다란 흰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눈에 띄었다.

마포구 전체의 25~34살 인구가 2011~2014년 5.9% 감소하는 등 서울 전체에서 젊은층의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남동의 25~34살 인구는 2.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곳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경의선 철길을 공원으로 바꾼 뒤부터 특히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도시계획가인 제프 스펙은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에서 “미국에서 영리한 젊은이들이 떼지어 포틀랜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손에 꼽는 걷기 좋은 도시다. 그는 “창조적인 세대는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삶을 매우 선호한다. 이런 문화는 오직 워커빌리티(걷기 좋은 도시)를 통해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에서도 그런 경향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서촌, 가로수길, 삼청동길, 경리단길, 홍대앞 등 최근 뜨는 서울의 거리들이 모두 오래된 골목길이 살아있는 걷기 좋은 곳이란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걷기 좋은 곳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 왜 걷기 좋은 도시를 좋아하나?

설문조사 결과 중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확장 정책에 찬성(60%)하는 의견을 보면, 사람들이 왜 걷기 좋은 도시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응답자들은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서”(13.6%), “문화생활에 기여해서”(11.6%), “휴식공간이 늘어나서”(11.1%),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어서”(9.0%), “여유있는 삶을 즐길 수 있어서”(6.5%), “가족·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기 좋아서”(3.0%) 등을 이유로 꼽았다. 자동차를 조심할 필요 없이 걸어다니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원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걷기 좋은 도시란 단지 ‘걸어다니기 쉽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걷기 좋은 도시는 마치 공원처럼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촌에서 자동차가 사라진 뒤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왜 걷기가 다양한 활동을 촉진할까? ‘휴먼 스케일’(사람 눈높이 정도의 규모)이라는 규모의 문제가 그 해답을 준다. 도시 전문가들은 자동차로 이동할 때는 속도와 거리감 때문에 ‘랜드마크’와 같은 거대 빌딩만 인식하게 되는 반면, 걸으면 휴먼스케일로 공간을 인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걷기가 인간 대 인간의 만남과 활동을 증진하고 도시공간을 100% 활용하며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물론 상권 활성화의 효과도 뒤따라오게 된다.

김원 광장건축 대표는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경험한 사례를 들어 ‘걷기 좋은 도시의 힘’에 대해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인 델프트에 있는 작은 광장이 언젠가부터 사실상 주차장이 되어버렸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비둘기가 날아다니던 아름다운 광장이 왜 이렇게 됐느냐는 반성이 나오며 ‘자동차를 쫓아내자’는 주장이 나왔어요. 시에서는 일단 석달 동안만 차 없는 광장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해봤더니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다니며 상점을 들여다보고 물건을 사고 매상이 오르는 게 아니겠어요. 그렇게 차 없는 곳이 됐고, 프랑스와 독일 등으로도 번지기 시작했어요. 그 흐름이 뒤늦게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거지요.”

시민들의 수요에 발맞춰 세계의 대도시들도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1946년 이후 69년 만에 처음으로 용도지역제를 재조정하면서까지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은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 다리인 ‘런던 가든 브리지’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역시 보행친화도시를 역점사업으로 내세우며 걷기 인프라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데크 연결사업이 대표적이다. 도로 폭을 줄이는 대신 인도를 넓히는 ‘도로 다이어트’ 사업 등도 추진중이다. 김 대표는 “서울 사대문 안에서 아예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시내가 전부 공원처럼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걷기 좋은 도시는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는 “좋은 도시의 요건 가운데 기본 중의 기본이 걷기 좋은 도시다. 사람을 섬세하게 배려하는 도시에서 시민들은 도시를 생생하게 느끼며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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