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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청주 도심서 ‘애물단지’ 된 백로

등록 2015-06-25 21:34

청주남중 옆 공원에 1천마리 둥지
소음·배설물 악취로 학생·교사 고통
학부모들 “대책 마련” 서명운동
환경단체 “백로·인간 상생 길 찾아야”
2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남중학교 뒤 잠두봉 근린공원 나무에 백로 떼가 앉아 있다. 지난 4월부터 날아든 백로 떼로 인한 소음과 악취에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2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남중학교 뒤 잠두봉 근린공원 나무에 백로 떼가 앉아 있다. 지난 4월부터 날아든 백로 떼로 인한 소음과 악취에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2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남로 잠두봉 근린공원. 백로 수백 마리가 희고 고운 자태를 뽐내며 푸른 소나무에 고고히 앉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가까이 다다가 보면 사정은 다르다. 8차선 도로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소음에 악취도 심하다. 백로 배설물과 먹다 남은 먹이 찌꺼기 등으로 주변은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 근린공원에는 1천여마리의 백로가 둥지를 틀고 있다.

이 때문에 근린공원 바로 앞에 있는 청주남중학교 학생·교사 등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학교 이주열 교감은 “너무 시끄럽고 냄새가 심해 무더위 속에서도 교실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있다. 눈송이보다 작은 새털이 날려 급식 조리 등에도 문제가 있다.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생·교사 등의 고통을 보다못한 학부모들은 24일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김일출 청주남중 학교운영위원장은 “백로 서식 환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못할 정도다. 청주시, 환경부 등 관계 기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려고 서명에 나섰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여겨지는 백로가 이곳에선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청주시 등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용필 청주시 자연보전팀 주무관은 “보건소와 함께 주 3차례 방역을 하고, 백로 사체 등을 치우고 있다. 산란기여서 더더욱 손쓰기 어렵다. 9~10월께 백로가 날아간 뒤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생물교육과)는 “백로의 안정적인 먹이서식지인 무심천이 가까워 이곳에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태로선 방법이 없다. 가을께 백로가 날아간 뒤 나무를 솎아내는 등의 조처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백로가 둥지를 튼 산을 소유하고 있는 청주교대는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평규 청주교대 사무국장은 “학생들의 면학환경을 해쳐 안타깝다. 청주시, 환경단체, 학교, 보건소 등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장기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청은 지난해 이맘때 탄방동 남선공원에 백로 떼가 날아들자 아예 소나무 등 250여그루를 간벌해 올해 백로가 다시 날아오는 것을 차단했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학교와 학생들의 고통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산란기여서 백로를 쫓는 등의 조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시·시민 등이 머리를 맞대고 백로와 인간이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송인걸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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