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개혁 행보…‘협치’는 시행착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월 민생경제 현장 탐방의 하나로 올레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 1년 평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60%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지난 1년은 선거기간보다 더 힘든 시기였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에서 예산 갈등으로 발언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수모를 당했다. 서울의 정치 무대에서 고향의 정치 무대로 화려하게 입성한 그는 지방정치가 녹록지 않음을 실감해야 했다.

서울 정치무대서 고향으로 입성
중산간 보전·농지정책 초기 호응
인사잡음·예산갈등 등 ‘불통’ 노출
원 지사 “새 성장정책 강력 추진할 것”

집권당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을 지낸 원 지사에 거는 제주도민의 기대는 컸다. 원 지사도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였다. 원 지사는 지난 1년 동안 개발로 위협받는 제주의 환경을 살리기 위해 중산간 보전을 우선 가치로 두는 정책을 추진했다. 취임 직후 중산간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 발표와 중국 자본 투자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은 기존 도정과는 차별성을 띠었다. 원 지사는 또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농지정책을 추진하고, 카지노업계의 매출 누락과 탈세 등을 막으려 조례를 제정했다. 제주해군기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도정의 우선순위로 내세웠던 ‘협치’는 1년 사이 자취를 감췄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 부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사 잡음과 도의회와의 예산 갈등은 그간의 성과를 퇴색시켰다.

행정시장과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은 참신한 시도였으나 ‘사전 내정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참모들에게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았지만, 논공행상으로 기존 도정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다. 사사건건 빚어진 도의회와의 갈등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고, 불량감귤원 정비명령제 도입 등 감귤농정 추진과 신항 계획 등의 정책은 소통 부족을 드러냈다.

원 지사는 29일 메르스 대응 관련 유관기관 회의에서 “협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동안 변화와 혁신 작업으로 거둔 나름의 성과를 정착시키고 완비해 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2년차를 맞아 새로운 성장과 더 큰 제주를 위해 여러가지 사업과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 앞에는 제주공항의 확장 또는 신공항 건설, 감귤정책 등 갈등이 증폭될 현안들이 놓여 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갈등 이슈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남은 3년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원 지사가 ‘서울의 시선’이 아닌 ‘도민의 시선’으로 리더십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호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