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이 복지사각지대 찾아 제보
서청주우체국 등서 ‘희망기금’ 지급
서청주우체국 등서 ‘희망기금’ 지급
“독촉 등기만 배달할 땐 미안했는데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 기분이 좋네요.”
충북 서청주우체국 김학헌(40) 집배원은 요즘 일하는 것이 즐겁다. 자신이 발굴한 어려운 가정 두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김 집배원은 지난달 4일 자신의 배달구역인 청주시 성화주공 2단지 남아무개(55)씨, 김아무개(34)씨 두 가정을 ‘희망기금’ 수혜 대상으로 신청했다. 희망기금은 서청주우체국과 청주행복네트워크, 청주시 등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집배원이 배달을 통해 알게 된 어려운 가정을 청주행복네트워크 등이 심사한 뒤 우체국공익재단에 신청해 일정 기금을 받아 전달한다.
남씨는 부인과 화물차로 시골 마을을 돌며 생필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시신경이 훼손돼 생활이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외동딸은 대학 진학마저 포기했으며, 11개월째 아파트 임대료가 체납된 상태다. 김씨는 홀로 두 자녀를 키운다. 식당·기업체 등에서 일했지만 회사가 문을 닫고 임금마저 체불해 생계가 막막해졌다. 게다가 중학교 축구선수인 아들은 발목뼈가 괴사되는 병까지 앓고 있다.
김 집배원은 “체납 관리비·임대료 등 독촉 등기를 들고 갈 땐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이들에게 작으나마 희망 소식을 전하게 돼 집배원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용희 청주행복네트워크 팀장은 “두 가정에 밀린 임대료, 생계비, 병원비 등에 보탤 수 있는 기금 200여만원씩을 전달하고, 청주시 등에 차상위계층 지정 등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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