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해역에서 바다로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그동안 야생 적응훈련을 해온 가두리장 문이 열리기 전, 물 위로 얼굴을 내민 채 헤엄치고 있다. 제주/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장마의 영향으로 하늘이 잔뜩 찌푸린 6일 오후 3시45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정주항 주변에 임시설치된 가두리 문이 열리자,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수컷)와 복순이(암컷)가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나아갔다. 불법포획된 지 6년 만이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동쪽 해안인 제주시 구좌읍 방향으로 유영했다. 오랜만의 귀향을 축하해주기라도 하려는 듯, 이날 오전에는 남방큰돌고래 50여마리가 함덕 앞바다를 지나갔다.
지난 5월14일 가두리시설에 온 태산이와 복순이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주변에 몰려든 돌고래 무리와 교감하면서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왔다. 5월27일 처음으로 가두리 주변에 돌고래들이 나타났고, 지난달 6일에는 2년 전 먼저 고향으로 돌아간 제돌이를 포함해 30여마리의 돌고래들이 가두리 주변에서 태산이와 복순이와 활발하게 교감을 했다.
복순이는 2009년 5월1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앞바다에서 제돌이와 함께 포획됐다. 당시 어민은 1500만원을 받고 제돌이와 복순이를 도내 공연업체에 넘겼다. 태산이는 한달 뒤인 6월25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앞바다에서 포획돼 800만원에 같은 업체에 팔렸다.
태산이와 복순이가 훈련중인 가두리 근처에 몰려든 돌고래 떼의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돌고래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다 방류결정이 내려진 돌고래 4마리 가운데 제돌이와 춘삼이는 2013년 7월 바다로 돌아갔지만 태산이와 복순이는 기형과 장애 등 건강문제로 방류가 미뤄져왔다. 함덕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지나는 길목이다. 한 해녀는 “바람이 불고 날씨가 궂을 때 물질을 하다보면 물 속으로 50여마리나 되는 돌고래들이 한꺼번에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방류 기념식에 참석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시대가 열린 날이다. 앞으로 야생에 잘 적응하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돌고래들이 불법포획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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