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부산교육감 취임 1돌 인터뷰
“개혁은 속도보다 방향입니다.”
취임 1돌을 맞아 지난 6일 부산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만난 김석준(58) 부산시교육감에겐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교육행정 업무를 잘 몰라서 공무원들에게 휘둘린다거나 조직 장악 능력이 떨어져 개혁 속도가 더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개혁은 합리적으로 점진적으로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1년 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내부 구성원들을 개혁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개혁 속도를 일부러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부족했지만 열심히 했다. 앞으로도 잘하겠다.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부산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에서 30여년 동안 학생을 가르쳤다. 사회 균형을 위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평생 몸담았던 교수직을 던지고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35%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는 스스로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그를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 협조 없다면 자체 예산으로
개혁, 구성원과 함께 가려 속도 조절
혁신 고교도 긍정적 변화 얻어
청렴도 개선 유연하게 풀어야”
-올해 핵심 공약의 하나인 중학교 무상급식이 유보됐다. 내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학교 1학년부터 무상급식을 하려고 한다. 정부가 내년에도 3~5살의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으로 떠넘기면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은 안 짜면서 무상급식 한다는 (보수언론의) 공격이 예상되지만,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곳이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므로 무료 급식은 당연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중학교 무상급식에 협조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혁신학교가 학업과 줄세우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교육이 될 수 있나?
“부산의 혁신학교는 이제 1학기 지났다. 부산은 초등학교 6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 등 10곳이다. 초등학교는 기대 이상의 학부모 참여로 정착되고 있다. 고등학교는 부산에서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많았지만, 만덕고 학부모들도 처음엔 입시를 걱정하다가 아이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년에 10곳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인데 중학교를 2~3곳 더 늘려서 중학교도 혁신학교가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1년 동안 청렴도 향상에 전념했다.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어느 정도 밀어붙인 것인가?
“80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부 청렴도와 외부 청렴도가 있는데 내부 청렴도가 우려된다. 밖에서는 투명하게 보이지만 청렴도 개선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내부에서 부정적 반응이 우려된다. 익숙해진 관행을 조금씩이라도 바꾸는 것이 너무 어렵다. 관행을 바꾸되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교원 행정업무 경감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평교사들은 아니라고 한다.
“취임 뒤 정책사업을 40%나 줄이거나 축소했는데 이들 업무를 직접 다루는 교장·교감·부장교사 등은 체감을 하고 평교사는 피부로 와 닿지 않은 것 같다. 계속 줄이려 하지만 공문 숫자가 기대만큼 줄지 않고 있다. 업무경감 매뉴얼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수요일을 공문 없는 날과 출장 없는 날로 정하는 것이다.”
-물고기를 먹여주는 획일적 교육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토의·토론 수업을 확대하고 강화할 것이다. 부산의 아이들은 자기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함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할 것이다. 미래에는 이것이 경쟁력이다. 입시를 잘하려면 이것을 해야 한다. 정시의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입 정원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수시는 면접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기를 날름날름 받아먹는 것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전 9시 등교에 대한 의견은?
“등교시간 문제는 학교장 권한이다. 교육청에서 일률적으로 오전 9시 등교를 지시하는 것은 학교장 권한 침해다. 등교시간은 학교장이 판단하되 0교시는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나의 주문이다. 앞으로도 등교시간은 일률적 지침을 내리지 않겠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개혁, 구성원과 함께 가려 속도 조절
혁신 고교도 긍정적 변화 얻어
청렴도 개선 유연하게 풀어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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